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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일본·동남아 관광객 늘어...中 사드 기습에도 제주관광 선방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낮 12시 제주국제공항.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국제선대합실이 텅 비었다. 반면 내국인 출·도착장은 분주했다.
 같은 날 평소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카페해변과 서귀포시 안덕면 오설록 녹차박물관에도 중국인은 보이지 않고 가족·연인 단위의 내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월정리 해변에서 만난 관광객 박모(38·경기 화성시)씨는 “중국인이 없어 여행하기 더 좋아졌다는 소문을 듣고 가족과 함께 미뤄둔 여행을 왔는데, 듣던 대로 정말 제주도가 조용하고 깨끗해져 좋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광지에서 중국인의 빈자리가 메워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국관광 중단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국인, 일본·동남아 관광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등 보복을 본격화 한 시기는 지난달 15일부터다. 

 5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보복 조치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74만9596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80만8626명보다 7.3% 감소했다.  
 이 기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70만3181명으로 지난해(64만4803명)보다 9.1%가 늘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1만899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2만8341명에 비해 85.2%나 줄었다.
 올해 제주 전체 관광객 수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358만2332명으로 지난해 344만9966명보다 3.8% 늘었다.
 2월까지는 중국 관광객이 정상적으로 들어왔고 내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304만4122명으로 지난해 279만7537명보다 8.8% 늘었다.  
 내국인 관광객 증가는 수학여행단이 늘어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제주를 찾은 수학여행단은 2만3466명으로 지난해보다 11.4% 늘었다.
 동남아와 일본 등을 겨냥한 마케팅 강화도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4일 현재까지 일본 관광객은 413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821명에 비해 8.3% 증가했다. 동남아시아와 대만 등도 같은 기간 3만3805명으로 지난해 3만1489명에 비해 7.4% 늘었다.
 제주도와 제주 관광업계는 관광객 증가세를 이어가고 중국의 보복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안을 냈다. 중국인이 많이 찾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등에서 관광업체 630여 곳이 5~65% 세일 행사를 하고 있다.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만장굴·정방폭포·돌문화공원 등 도내의 공영관광지 28곳도 무료 개방하고 있다. 

 동남아와 일본·대만 등으로 가는 하늘길을 넓히고 관광마케팅도 강화한다. 제주도는 올해 안에 대만 등 4개국을 대상으로 6개의 정기 항공노선을 새로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에는 대만의 타이거항공이 제주 직항편을 열었다. 티웨이항공이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노선을 추가 중인 가운데 제주항공도 오사카 노선을 추진 중이다. 또 이스타항공이 태국 노선을 준비 중이다. 전세기도 일본·러시아·미얀마·라오스·몽골 등 8개국을 오가게 된다.  
 신동일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인이 빠진 제주 관광시장을 내국인이 채우고 있지만, 제주관광의 경쟁력과 질적 성장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의 다변화와 지속적인 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본·동남아 외에도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무슬림이나 러시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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