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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누구에게나 열린 옷장, “따뜻함·자신감도 빌려가세요”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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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윤정

'열린옷장' 입구에 걸린 슬로건.

서울 2호선 건대입구역에는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열린옷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증 받은 옷을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고 있는 곳으로, 매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따뜻하고 생생한 나눔의 현장을 찾아갔다.

'열린옷장' 대표 김소령씨가 서울 화양동 매장에서 대여할 옷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열린옷장의 김소령 대표는 따뜻한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TONG청소년기자를 친절하게 맞았다. 김 대표는 열린옷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취업이 어려운 사회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옷장을 보니 안 입는 정장이 많은 거예요. 주변에도 처치 곤란한 정장을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요. 이걸 취업 준비생들에게 전달해주면 그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난 2012년 SNS로 설문조사와 홍보를 하고 단 10벌로 옷장을 시작했죠. 당시에는 대부분 저희 직원들이 정장을 기증했어요. 지금은 2000벌 정도의 정장이 구비돼있고 거의 모든 스타일과 사이즈가 마련돼 있으니 많이 발전한 거죠(웃음).”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는 슬로건은 이곳에 오는 사람 누구나 자신감을 얻고 원하는 자리에 설 수 있기를 바라는 열린옷장의 희망이 담겨있다. 이를 위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옷장이 돼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다양한 체형에 맞는 사이즈와 스타일을 기증받으려 노력하는 이유다. 열린옷장은 서울 외 지역에서도 정장을 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시험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정장을 필요로 하는 전국 모든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하는 것이 열린옷장의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증받은 옷과 반납된 옷을 수선하고 관리하는 곳.

기증받은 옷과 반납된 옷을 수선하고 관리하는 곳.

열린옷장에는 반납된 의류들을 세탁하고 수선하는 등 관리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의류를 수선하는 재봉틀과 깔끔하게 다림질하는 전문 기구를 비롯한 여러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복도에는 무인 반납함이 있어서 대여자들이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고 간편하게 옷을 반납할 수 있다. 무인 반납함에는 사용방법이 적혀 있다. 대여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열린옷장에 비치된 무인 반납함.

열린옷장에 비치된 무인 반납함.

한 층 올라가자 포장을 하고 있던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활기찬 분위기에 생생한 나눔의 현장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곳에서는 실질적인 정장 기증과 대여가 이뤄진다. 대여를 원하는 사람은 열린옷장 사이트에서 시간대를 선택해 예약한 후 직접 방문해 의류와 신발을 착용해볼 수 있다. 의류가 진열되어 있는 공간 바로 옆에 옷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탈의실이 있다. 이곳에서 옷을 입어본 뒤 사이즈와 원하는 스타일을 말하면 옷장 지기들이 적당한 옷을 추천해준다. 탈의실 앞에는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넥타이들이 있어 바로 꺼내어 매볼 수 있도록 했다.

카운터 옆으로는 대여자들을 위한 편안한 대기실이 마련돼 있다. 대기실 벽면에는 열린옷장의 나눔 현황과 대여 방법이 만화로 안내돼 있어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벽면에 소개된 열린 옷장의 창립 목표와 나눔 내역은 대여자들이 자신이 빌린 옷을 더 특별하게 생각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비영리 단체인 열린 옷장은 ‘십시일밥’이라는 나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식비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식권과 정장 무료대여 쿠폰을 증정하는 활동이다.

대기실에선 귀여운 만화로 의류 대여 방법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대기실에선 귀여운 만화로 의류 대여 방법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취재하는 동안 직원들과 대여자, 기증자들은 모두 인터뷰에 거리낌 없이 즐기면서 응해줬다. 3월 말부터 상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되면서 열린옷장에는 면접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방문이 많았다. 업무가 바빠도, 대기 시간이 길어도 모두가 웃으며 서로를 응원하는 듯했다. 차가운 도시 한가운데서 열린옷장은 노란색의 따뜻함을 풍기며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었다.

글=남윤정(무학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왕십리지부

[관련 기사]
“열린옷장, 개그맨 김준현씨도 빌려 입었죠”
(http://tong.joins.com/archives/28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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