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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핏속 아연 부족하면 간암 발병 위험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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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연 함량이 높은 붉은살코기, 해산물, 견과류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연 함량이 높은 붉은살코기, 해산물, 견과류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매년 1만5000명 이상이 간암에 걸린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한다. 간은 통증에 둔감하고 손상을 입어도 뚜렷한 증상이 없다. 그래서 간암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흔하다. 영국·독일 등 다국적 연구진이 발표한 간암을 예방하려면 아연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최근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실렸다. 이 논문은 ‘유럽 암영양 코호트 조사’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토대로 했다. 1990년대 초부터 유럽 10개국, 23개 연구기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코호트 조사’란 지역·나이·유전자 등 한 개 이상의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을 일정 기간 추적 조사하는 것을 일컫는다. 논문에선 간암 환자 236명(간세포암 106명, 담관암 34명, 담낭담도암 96명)과 성별·나이·거주지역 등이 비슷하면서도 건강한 사람 236명의 혈액을 함께 분석했다. 이들을 아연·구리 농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눴다.

10개국 공동연구 토대로 논문 발표 #아연 많은 사람보다 위험 64% 높아 #현미·조개·과일 등 골고루 먹어야

간암 환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매년 1만5000명이 넘는 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간암 환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매년 1만5000명이 넘는 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혈중 아연 농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간암 위험률이 6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아연이 적을수록 간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혈중 아연이 높을수록 간암에 걸린 위험이 줄어든다는 의미도 된다. 한편 혈중 구리 농도는 간암과는 관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오진경 교수는 “아연은 간암 발병에 관여하는 다양한 효소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아연이 부족하면 효소와 항산화 작용이 저하돼 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고대구로병원 유수연 임상영양사에 따르면 특히 기름·설탕·알코올은 아연 함량이 매우 낮은 식품이다. 이에 비해 아연이 제일 풍부한 음식은 붉은 살코기나 굴이나 조개 등 해산물이다. 어류·채소·과일, 도정을 하지 않은 곡류에 아연이 풍부하다. 유 영양사는 “쌀밥 대신 현미나 콩을 섞은 잡곡밥을 먹는 것이 좋다. 아연 섭취를 위해선 한 가지 음식만 많이 먹기보다는 육류·과일·야채를 습관처럼 고루 섭취해 영양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연 함량이 높은 붉은살코기, 해산물, 견과류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중앙포토]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연 함량이 높은 붉은살코기, 해산물, 견과류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중앙포토]

◆고농도 보충제 많이 먹으면 되레 간에 부담=음식이 아닌 보충제로 아연을 섭취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오진경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아연을 어느 정도 섭취해야 암 예방에 효과적인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보충제로 고농도의 아연을 섭취하면 오히려 간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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