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쿠슈너, 이방카 잡았는데..한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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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중앙포토]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닿는 길을 알고 있었다.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6)를 통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6~7일 미ㆍ중 정상회담은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의 합작품”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남부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주(州)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양국 간 첫 정상회담을 갖기로 결정한 것도 두 남자의 아이디어였다. 

트럼프는 중요한 대화 파트너를 만날 때 마라라고 리조트를 활용했다. 지난달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곳을 다녀갔다. 마라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외국 정상으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두 번째다. 추이 대사는 정상회담 후 양국 공동성명 초안을 벌써 쿠슈너에게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 [중앙포토]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 [중앙포토]

쿠슈너 선임고문과 추이 대사 라인은 지난 2월부터 가동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전화통화도 두 사람이 성사시켰다. 먼저 움직인 쪽은 추이 대사였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통령 당선인 시절 트럼프는 관례를 깨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곤 “‘하나의 중국 원칙’에 왜 얽매여야 하느냐”는 발언으로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 외교가는 발칵 뒤집혔다. 중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이 먹힐 사람을 찾아야했고, 쿠슈너가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  

6~7일 미ㆍ중 정상회담, 맏사위 쿠슈너가 막후 역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미국 왔을 땐 맏딸 이방카가 동석 #쿠슈너 부상으로 백악관 중국 강경파 후퇴하나…쿠슈너家 유착논란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 외교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는 “중국은 그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통해 백악관을 접촉해왔다”며 “그러나 이번에 더 빠르고, 확실한 창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이 대사는 트럼프와 시 주석의 전화통화 성사 전부터 쿠슈너 선임고문과 가족에 공을 들였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2월 1일 주미 중국대사관의 ‘춘제 행사’에 쿠슈너의 부인 이방카 트럼프(35)와 그들의 딸 아라벨라(5)를 초청했다. 이날 행사에서 아라벨라가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해 화제가 됐다.

이방카 트럼프. [중앙포토]

이방카 트럼프. [중앙포토]

앞서 일본은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 덕을 봤다. 아베 일본 총리는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뉴욕 트럼프타워를 방문해 트럼프를 직접 만났고, 이 자리엔 이방카가 동석했다. 또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처음으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는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딸 이방카가 당신(아베 총리)을 현명한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내 딸이 사람 보는 눈은 언제나 정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이방카ㆍ쿠슈너 측과의 네트워크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중국과 일본은 트럼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지만 한국은 이례적인 대통령 탄핵 사태로 공식적인 외교라인이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NYT는 “트럼프ㆍ시진핑의 전화통화, 정상회담 등 두 번의 사례로 쿠슈너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실세라는 게 재확인됐다”며 “중국은 계속해 쿠슈너를 통한 접근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외교 공식라인인 국무부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안 그래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요즘 국무부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쿠슈너가 추이 대사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틸러슨 국무장관 등 국무부에 회람시켰다는 한 정부 당국자의 전언도 나왔다. 국무부 동아시아 부서엔 아직 공석도 많아 실제 접촉라인도 마땅치않다고 NY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스티브 배넌(63)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스티브 배넌(63)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중앙포토]

또 “쿠슈너의 부상이 백악관 내 중국 강경파의 후퇴로 이어질지도 주목거리”라고 NYT는 분석했다. 백악관에서 대표적 중국 강경파는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이다. 이들은 대선기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ㆍ무역 어젠다에서 반중 프레임을 짜는 데 앞장서왔지만 최근 부쩍 목소리가 줄었다. 이에 반해 쿠슈너는 중국 온건파로 분류된다.  

NYT는 그러나 쿠슈너가 대중 외교에서 목소리를 낼수록 또 다른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인 게 쿠슈너가(家)와 중국 간 유착 관계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대형보험사인 안방보험은 44억 달러(약 5조원)를 쿠슈너 가족기업 소유의 빌딩에 투자하기로 했다. 쿠슈너는 백악관에 들어오며 지분을 정리하는 등 가족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해명했지만 ‘이해상충’ 논란이 계속됐고, 투자안은 결국 무산됐다.

NYT는 또 “중국은 트럼프의 틈새라 할 수 있는 쿠슈너를 치밀하게 공략했다”며 “이번 정상회담도 미국보다 더 많이 연구했을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라’는 최후통첩을 섣불리 날렸다가 역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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