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주한미군 기지 일대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것을 크게 초과하는, 최소한 90건가량의 기름 누출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주한미군 측이 이 같은 기름 누출 사실을 환경부나 서울시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연합, 민변 등 미 국방성 제출 자료 분석 #90년 이후 25년간 모두 84건 기름유출사고 기록 #이 중 3800리터 '최악의 유출' 도 7건 #정부파악은 5건에 불과...부실 정보 논란 #"정부와 서울시, 민간 공동 조사 필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등은 3일 서울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11월 입수한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 사고 기록(1990~2015년)'의 분석결과를 공개했다.이들은 미국 정보 자유법(FOIA, 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지난해 7월 미 국방성에 해당 자료를 요청했고, 지난해 11월 자료를 받아 내용을 분석해왔다.
녹색연합 윤상훈 사무처장은 “유출 사고의 주원인은 낡은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 탓이고, 오염을 일으킨 기름 종류는 주로 경유와 등유 계열의 미군 규격 항공유인 JP-8로 나타났다”며 “사실상 용산 미군기지 전체가 오염이 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녹사평역 인근에서는 2011년에도 지하수 기준(1.5ppm)의 5373배에 이르는 석유계총탄화수소가, 캠프 킴 근처에서는 2015년 기준치의 8633배의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검출됐다”며 “미군 측은 사고 발생 후 오염정화를 했다고 하지만 오염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김지연 토양지하수과장은 "김 과장은 "정부로서도 미군기지 오염 사고 상황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안 돼 미군 측과 협의를 계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SOFA의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 절차'에 따르면 언론에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SOFA 환경분과위원회의 한미 양측 위원장이 공동 승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 미군 측이 반대하면 공개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용산미군기지는 2017년 말까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지만 공식 반환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반환 협상에서는 환경오염문제를 누가 책임질지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의 김은희 대표는 “정부에서 반환되는 용산기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고 하지만 환경정화 조치가 우선”이라며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군에게 정화책임을 지운 뒤 온전히 반환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