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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촛불 활활 타는 동안…대학 내 학생자치는 풍전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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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이하 총학) 보궐선거 투표율이 50%를 크게 밑돌아 총학 구성이 무산됐다. 이로써 연세대는 56년 만에 총학이 없는 학교가 됐다.

지난해 11월로 예정됐던 연세대 제54대 총학 선거는 입후보자가 없어 이미 한차례 무산됐다. 후보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한 것은 1961년 총학생회 발족 이래 처음이었다.

해를 넘겨 사회복지학과 강기백 씨와 심리학과 양혜선 씨가 정ㆍ부 후보로 단독 출마해 지난달 28~31일 보궐선거를 치렀지만, 공식 투표 기간인 28~30일 투표율은 25.28% 그쳤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선거 시행 세칙에 따라 투표를 하루 연장했지만 투표율은 26.98%로 마감됐다.

연세대 재학생 동모(25)씨는 투표를 ‘못’ 했다며 “단일 후보로 힘들게 나왔다고 해서 투표하려고 했는데 학교 수업 듣고, 과제 하고, 학점 관리하느라 투표가 끝났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다른 재학생 조모(26)씨 투표를 ‘안’ 했다. 그는 “총학이 있던 없던 그게 내 알 바 아니다. 실질적으로 와닿는 정책도 없었다”고 말했다.

낮은 총학 투표율은 다음달 9일 치러질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학생의 91.6%가 참여의사를 밝힌 설문 조사 결과와 대조적이다. 고려대ㆍ이화여대 등 30개 대학총학생회가 참여한 ‘19대 대선 대학생 요구 실현을 위한 전국대학 학생회 네트워크’가 대학생 4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22일 발표한 결과다.

연세대뿐 아니라 적지 않은 대학에서 총학생회장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한국외대ㆍ서울여대는 지난해 총학 선거와 올해 보궐선거에서 후보자가 전무했다. 학생회 활동을 할 시간에 취업이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스펙’을 쌓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대학가에 팽배한 탓이다.

. 중앙대 재학생 이모(21ㆍ여)씨는 “세월호ㆍ위안부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끼리끼리 모여서 활동하지 학생회를 찾지는 않는다. 간식 사업 말고는 눈에 보이는 활동도 없고, 학생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총학 선거가 무산된 연세대 학생 이항(25ㆍ여)씨는 “총학이 없는 건 학생들에게는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총학에 관심이 없어진 것은 총학이 뭔가를 얘기해도 학교가 받아들여서 변하는 것도 없고, 학생회 참여나 투표가 별 소용이 없다는 좌절감 때문이다”고 말했다.

출마를 위한 기본 요건을 채우지 못해 선거가 무산된 학교도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총학 선거에 단일 후보가 출마했으나 서류 미비로 등록 무효 처리됐고, 지난달 재선거엔 후보자가 아무도 없었다. 지난해 출마자가 없어 선거를 못 치른 숙명여대의 경우 지난달 재선거에 단일 후보가 나왔지만 추천인 서명 수가 모자라서 다시 무산됐다.

학생회장 ‘구인난’은 학생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검증이 덜 된 후보를 내세워 구설에 휘말리는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 11월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이탁규씨는 당선 직후 여학생들의 외모를 비하한 과거 발언이 문제가 문제가 돼 임기 시작 11일 만에 직무 정지 조치를 받았다. 일부 학생은 이씨의 탄핵을 주장했다. 지난 2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이씨의 사퇴권고안을 가결했고 이씨는 지난달 초 자진 사퇴했다. 현재는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이 대행하고 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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