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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개발 자금줄 옥죄기 나선 트럼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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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호 01면

[뉴스 분석] 美, 北 기업 1곳·11명 제재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차단하는 단계적 옥죄기에 나섰다.” 상당수 국내 북한전문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대북 직접 제재를 발표한 것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미국의 이번 대북제재 행정명령 13382호, 13687호, 13722호에 따라 북한 기업 1곳과 북한인 11명이 양자 제재대상에 새롭게 추가됐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6차 핵실험 징후 포착 #단계적 대북 압박 나서 #중국 협력 없으면 한계 #미·중 정상회담이 열쇠

이번 제재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맞춰져 있다. 새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업은 석탄과 금속을 거래하는 백설무역이다.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석탄 수출 총액(총량) 상한선을 제시한 데 이어 석탄 수출기업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석탄은 북한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자금줄이기 때문에 핵·미사일 개발 자금에 쓰는 외화 획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재 대상에 오른 11명은 군수연구·자금조달과 관련 있는 북한 기업과 연관이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강철수와 박일규, 이수영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화학무기프로그램 지원에 연루된 연봉무역총회사와 연계돼 있다. 장승남은 군수 연구·개발·조달과 관련된 단군무역, 조철성은 광선은행, 한장수는 조선무역은행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김동호는 북한의 무기거래 금융지원과 연루된 단청상업은행 대표를 맡고 있으며 김영수는 원양해운관리회사(OMM) 대표, 김문철은 통일발전은행 대표, 김남응과 최천영은 일심국제은행 대표다. 홍 교수는 “과거와 달리 제재 대상을 세세하게 분류해 압박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들 11명은 모두 중국·쿠바·베트남·러시아 등 북한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국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데다 실질적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현장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러나 대북제재 열쇠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의 90% 이상이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교수 역시 “북한의 자금줄을 완전히 차단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해 이달 6~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를 두고 어떤 얘기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대북제재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핵확산 프로그램에 쓰이는 자금 네트워크를 방해하는 게 목표”라며 “미국의 파트너와 동맹국은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재 새 대북정책을 마련 중인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단체에 대해서도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 중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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