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남았다, 대한항공 첫 통합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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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미차 가스파리니(33·사진)의 활약에 힘입어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했다.

가스파리니 공격 살아나 역전승 #현대캐피탈에 2승1패로 앞서 #주말 천안서 챔프결정전 4차전

대한항공은 2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3-1(12-25 25-23 25-22 25-18)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만들었다. 대한항공이 1승만 추가하면 1969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달성한다. 4차전은 4월 1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가스파리니의 강점은 서브다. 그는 시즌 세트당 0.626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챔프전에선 잠잠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강하게 때리기보다는 정확하게 넣는 것에 집중하라고 가스파리니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2차전까지 8세트를 치르는 동안 가스파리니의 서브득점은 2개에 그쳤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3차전 1세트를 내주자 가스파리니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2세트 초반 작심한 듯 강타를 날려 2개의 서브득점을 올렸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일격이었다. 2, 3세트를 끝내는 득점도 가스파리니의 손에서 나왔다. 가스파리니는 25점을 올리며 현대캐피탈 주포 문성민(30점)과의 화력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가스파리니는 “감독님이 안정적으로 넣으라고 하지만 난 강하게 때리는 스타일이다. 1세트 이후 서브에 변화를 줬는데 어떻게 바꿨는지는 비밀”이라며 웃었다.

올해 챔프전은 아빠들의 대결로 요약된다. 현대캐피탈 에이스 문성민은 2차전 2세트까지 부진했지만 “너는 (아들) 시호(1)의 아빠다”라는 최태웅 감독의 말을 들은 뒤 갑자기 펄펄 날았다. 2차전 3-2 역전승을 이끈 문성민은 “감독님 말을 들은 뒤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두 딸의 아빠인 가스파리니는 “나는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빠”라고 자랑한다. 박기원 감독의 배려로 합숙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출퇴근하는 가스파리니는 훈련 후에는 청소와 요리·육아까지 맡는다.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열정적인 모습과는 정반대다. 가스파리니는 “오늘도 딸들이 응원해 줘서 힘이 났다”며 웃었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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