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인 김계훈(49)씨는 미국에 살고 있는 부인과 매주 30분씩 통화하지만 국제전화료는 내지 않는다. 인터넷 메신저(실시간 메시지 전달 프로그램)로 음성 채팅을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무료로 쓸 수 있고 화상 채팅으로 얼굴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주원(22.여)씨는 친구들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연락한다.
박씨가 하루 평균 보내는 문자는 50여 통, 전화는 열 통 미만이다. 박씨는 "여러 명의 친구에게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문자 위주였던 인터넷에는 음성 채팅이나 전화 서비스가 많아졌다. 반면 휴대전화의 문자 이용 건수는 음성 통화 건수를 넘어섰다. 문자와 목소리가 섞이는 '짬뽕 통신'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MS는 지난해 말 인터넷 메신저에 음성쪽지 기능을 넣은 'MSN 7.5'를 내놓았다. 이용자가 채팅을 하다 상대편에게 목소리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인터넷 포털 야후(www.yahoo.com)는 지난해 말 메신저 이름을 아예 바꿨다. 음성 채팅 기능을 강화해 '야후 보이스(음성) 메신저'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업체들도 지난달부터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동통신에서는 오히려 문자 이용 건수가 늘고 있다. 지난해 KTF의 월 평균 문자 발송 건수는 43억 건으로 통화 발신 횟수(39억 건)를 앞질렀다. 이 기간 LG텔레콤의 월 평균 문자 건수도 7억4000만 건으로 6억5000만 건을 기록한 통화 횟수보다 많았다.
경희대 이경전(경영학부) 교수는 "통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음성과 문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며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음성과 문자를 동시에 소통하는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