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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미국 따라 해병대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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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군사력을 늘리는 움직임 중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다. 바로 해병대다. 사실 중국은 ‘해병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20세기 초반에 중국을 일시에 무너뜨린 서방 강대국의 주요 군사적 수단이 ‘해병대(Marine Corps·陸戰隊, 당시 서방 강대국 군대는 해안에 상륙해 베이징으로 진격했다)’였기 때문이다.

중국, 그동안 미 해병대에 부정적 #하지만 최근 돌연 태도 바꿔 #미 해병대와 유사한 육전대 증강 나서 #중국 군감축 계획과도 정면대치 #육전대, 중국 전력의 ‘핵’으로 부상 #한반도 서해로 작전 영역 확대할 수도

그래서일까. 중국은 서양 해병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특히 미국 해병대는 전통적 ‘상륙작전’뿐만 아니라 공세적 해외 ‘원정작전(expeditionary operation)’까지 실시해 중국 등 약소국을 위협하고 ‘정권교체(regime change)’까지 노리는 서구 패권주의 주요 수단이라는 것이다.

2003년 3월 21일 이라크 지상전에 가장 먼저 투입된 미국 제1해병대 소속 병사들이 이라크 남부 불타는 유정 인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2003년 3월 21일 이라크 지상전에 가장 먼저 투입된 미국 제1해병대 소속 병사들이 이라크 남부 불타는 유정 인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 그동안 미 해병대에 부정적

대표적으로 중국은 미 해병대가 파나마·그라나다·리비아·이라크·아프간 작전에 투입된 사례를 자주 거론한다. 중국 내 가판대에서 팔리는 각종 군사잡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현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의 주요 정책 입안자들이 모두 과거 이라크와 아프간 등 해외 원정작전 승장(勝將) 들이란 점도 매우 공교롭다.

2003년 1월 6일(현지시간) 미국의 대(對) 이라크 전쟁 준비를 위해 쿠웨이트로 출발하는 미국 해병대 병사들이 조지아주 사바나의 헌터군 공군기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미국은 해병대 2200명을 걸프만에 먼저 파견했으며, 본토의 육군 1만여 명도 추가 파병했다. [사진 중앙포토]

2003년 1월 6일(현지시간) 미국의 대(對) 이라크 전쟁 준비를 위해 쿠웨이트로 출발하는 미국 해병대 병사들이 조지아주 사바나의 헌터군 공군기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미국은 해병대 2200명을 걸프만에 먼저 파견했으며, 본토의 육군 1만여 명도 추가 파병했다. [사진 중앙포토]

돌연 태도 바꿔 미 해병대와 유사한 중국 육전대 증강 계획 발표

하지만 중국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중국도 미 해병대와 유사한 ‘중국 육전대(陸戰隊·PLAMC)’를 증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2일 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군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육전대 증강 계획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대적인 규모 확대가 예상된다. 기존 지상군 소속의 2개 특수여단을 육전대로 전환해 2만 명 규모로 늘리고, 6개 여단 10만 명 수준으로 증강할 계획이다. 임무 영역도 넓어진다. 당장 현재 건설 중인 중국 해외 군수지원기지(logistic facility) 방호 임무에도 투입한다. 더불어 해군 병력 전체 증강에도 나선다. 현재 23만5000명 수준인 중국 해군(PLAN) 병력을 15% 늘린 27만 명으로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중국 지린성 타오난 시 지역에서 중국 육전대(PLAMC)가 동계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 Japan Times]

올해 1월 중국 지린성 타오난 시 지역에서 중국 육전대(PLAMC)가 동계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 Japan Times]

사실상 중국 육전대 규모를 400% 이상 늘리겠다는 것으로 획기적인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3일의 『중앙군사위원회 군대개혁공작회의』에서 향후 3년간 약 24만 명의 군인력 감축 계획과는 완전히 상반됐기 때문이다.

육전대 증강 전략,

중국 군 감축 계획과 정반대

왜일까. 중국 지도부의 군사 전략적 마인드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이유를 분석해봤다. 첫 번째, 공세적 군사작전의 필요성이다. 중국은 2년마다 발표하는 『국방백서』에서 방어적 군사전략 준수를 선언해왔다. 하지만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 용어로 위장했을 뿐 이미 공세적 군사전략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 해군 작전영역도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넘어 지중해, 흑해와 대서양으로 넓히는 중이다.

두 번째, 위협에 대한 인식 변화다. 중국은 더는 외부 위협을 재래식·선형적(예측 가능)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이 핵심 군사 시설만 정밀 타격하는 비선형적(예측 불가능) 작전이 가능하고, 치명적인 소규모 전구급(戰區級·theater)은 물론 대규모 전역급(戰役級·campaign)급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 1월 18일 오후 일본 야마구치 현 이와쿠니 미 공군기지에 F-35B 스텔스 전투기 2대가 도착했다.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사진 지지통신]

올해 1월 18일 오후 일본 야마구치 현 이와쿠니 미 공군기지에 F-35B 스텔스 전투기 2대가 도착했다.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사진 지지통신]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전략 무인기(UAV)(주한미군은 그레이 이글 무인기를 올해 3월부터 군산에 전개 중), 연안에 은밀히 전개되는 스텔스 구축함, 엄호기 없이 단독 작전 수행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미 해병대 F-35B가 이미 일본에 전개 중) 등이 맞춤형 소규모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전력으로 꼽힌다. 이후 대규모로 해양과 공중 전력이 전역급으로 투입돼 작전을 마무리하게 된다.

중국 군부, 군사전략 마인드 바꾼 듯

해외 원정작전에 적극 나설 채비 갖추고 있어

세 번째, 중국도 ‘맞춤형 군사작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은 비대한 중국군의 합동성(육·해·공군 구별 없이 효율성이 큰 전력을 투입한다는 의미) 강화를 위해 맞춤형 구조로 바꾸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남부전구사령관에 중국 역사상 최초로 해군 제독이 임명된 ‘핵심’ 배경이기도 하다.

네 번째, 해외 실전(實戰) 경험이 많은 간부가 필요하다. 약 3만 명 이상의 중국군 병력이 평화유지작전(PKO)에 참가했다. 아덴만 소말리아 해적퇴치작전에도 22회에 걸쳐 중국 해군 기동부대(약 6000척의 선박 호송, 작년 예멘 비상사태에는 예멘 거주 자국민 대피 작전에도 해군 함정 투입)가 투입됐다. 사실 중국군은 1979년 중·월 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없다. 그래서 최근 해외 군사작전에 적극 투입하고 있는 육전대에 실전 경험이 있는 군 간부를 대거 중용하고 있다.

2006년초 중국 광둥성 잔장시 부근에 있는 육전대 부대에서 훈련 중인 병사들이 도열하고 있다. [사진 PLAMC]

2006년초 중국 광둥성 잔장시 부근에 있는 육전대 부대에서 훈련 중인 병사들이 도열하고 있다. [사진 PLAMC]

다섯 번째, 해외기지(oversea base) 방호가 시급하다. 중국이 아프리카 지부티 도라레(Doraleh) 항구와 파키스탄 과다르(Gwadar) 항구에 전용부두와 배후부지를 확보했다. 군수기지(서구 군사전문가들은 ‘이중 목적 기지(dual-use port facility)’ 용어로 기술)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이들 기지 방호 임무를 육전대가 담당할 예정이다.

남중국해 건설된 20여 개의 인공섬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구축된 해군기지의 방호 임무도 육전대가 맡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금도 육전대 2개 여단 모두 남중국해를 맡는 남해함대사령부에 배속돼 있다.

육전대, 중국 군사의 ‘핵’으로 떠올라

대형 상륙돌격함, 공기부양정 등 전력 확대 나서

중국의 미사일 탑재 구축함인 광저우함이 지난해 7월 9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 도중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신화사]

중국의 미사일 탑재 구축함인 광저우함이 지난해 7월 9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 도중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신화사]

이로 미뤄보아 중국은 육전대에 대한 트라우마를 떨치고, 군사력 증강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인력뿐만 아니라 전력 증강에도 적극적이다. 2000년대 초반에 중국 해군이 2만 톤 이상 규모의 미 해군 산 안토니오(San Antonio)급 대형 상륙돌격함(LPD)과 유사한 유자오(玉昭)급 대형 상륙돌격함(LPD) 3척을 건조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미 해군 몬트포드 포인트 (USNS Montford Point)와 유사한 함정을 2015년에 남중국해 해군작전에 투입했다. 이 함정은 해상원정기지(Expeditionary Sea Base: ESB) 개념과 해외원정작전(Expeditionary Operation) 개념을 혼합시킨 ‘해상전방전개기지(Afloat Forward Staging Base: AFSB)’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기술적 문제가 있었던 고속 ‘공기부양정(LCAC)’도 남중국해에 투입했다.

전 세계 10척의 공기부양정 ‘주브르’가 있는데 8척을 중국이 갖고 있다. 주브르의 원 제조국가인 러시아보다 많은 수를 보유하게 셈이다. 이 주브르라는 공기부양정은 길이 55m, 너비 25.6m의 덩치에 시속 55노트 속도로 480km를 운항할 수 있다. 전차 3대와 장갑차 10대도 실을 수 있으며, 완전무장 병력도 500명이나 태울 수 있다. 사진은 중국 내 해군기지에서 점검 중인 주브르. [사진 China Defense Blog]

전 세계 10척의 공기부양정 ‘주브르’가 있는데 8척을 중국이 갖고 있다. 주브르의 원 제조국가인 러시아보다 많은 수를 보유하게 셈이다. 이 주브르라는 공기부양정은 길이 55m, 너비 25.6m의 덩치에 시속 55노트 속도로 480km를 운항할 수 있다. 전차 3대와 장갑차 10대도 실을 수 있으며, 완전무장 병력도 500명이나 태울 수 있다. 사진은 중국 내 해군기지에서 점검 중인 주브르. [사진 China Defense Blog]

이들 전력 모두 중국 육전대의 여단급 해외 원정작전에 필수적이다. 만일 랴오닝(遙寧) 항공모함 또는 건조 중인 독자형 항공모함과 유자오급 대형 상륙돌격함이 ‘해상기동부대(Naval Task Force)’를 이룰 경우 주변국에 상당한 군사적 압박이 될 수 있다.

육전대와 항공모함 전대와 결합한

중국 ‘해상기동부대’, 주변국에 상당한 위협될 듯

벌써 해외 원정작전 수행하는 육전대의 영향력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작년에 취임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인 동시에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 열도(일본명: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을 견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문제도 있다. 해상기동부대를 뒷받침할 항공전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호와 구축함이 합동 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 PLAN]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호와 구축함이 합동 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 PLAN]

하지만 앞으로 육전대 전력은 더 강화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수의 중국 군사전문가들도 이제 ‘해외 원정작전’을 금기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해군이 세계에 산재한 중국의 해외자산과 자국민을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미국과 같이 해외 병목 지점에 해상기동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군사기지’(현재 미국의 해외기지는 약 160개 국가에 약 800여 개로 매년 약 156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13년에 시진핑 국가 주석이 발표한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一帶一路)’ 국가전략의 한 개의 축으로 탄력까지 받는 상황이다.

육전대의 해외 작전반경에 한반도 서해도 포함될까?

그동안 중국은 미 해군 사례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 게다가 최근 미 해병대와 유사한 중국 육전대 증강 계획이 밝혀지면서 중국이 ‘이제는 중국이 해외 원정작전 시행도 마다치 않는다’는 것을 공표한 셈이다.

이제는 역할을 해야할 경우 해외 원정작전도 마다치 않겠다!

그동안 평화적 부상을 주장해 온 중국, 소리소문없던 도광양회(韜光楊晦·실력을 감추고 힘을 기름)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한반도 ‘서해’가 중국 육전대의 해외 원정작전 반경에 포함될지 모른다는 ‘고민’도 떠안게 됐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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