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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서 범죄자로 몰려 체포됐는데 “엮이기 싫다”며 외면한 대사관 직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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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멕시코에서 억울한 옥살이 논란을 일으켰던 양모씨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한국대사관 직원이 불성실하게 업무 처리를 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드러났다. 양씨는 지난해 멕시코에 사는 여동생을 만나러 갔다가 범죄자로 몰려 구속되면서 이른바 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 사건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지금도 현지에서 재판 중이다.

감사원, 재외공관 운영 실태 감사 #허위영수증 444건 낸 주재원도

감사원이 24일 공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해 1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한 주점에서 인신매매 및 성착취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멕시코 검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인 여성 5명도 피해자 및 증인으로 연행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이들에게 양씨가 인신매매 등의 범죄 행위를 했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현지 한국대사관 영사 A씨는 멕시코 검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검찰이 제시한 진술서에 그대로 서명했다. “이 사건에 엮이기 싫다”는 이유였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진술서는 이후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한국인 남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약 20차례 재판에 참석할 것을 요청받았으나 A씨가 실제로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세 번에 불과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경찰청에 A씨에 대해 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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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이날 이 같은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모두 40건의 위법 및 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주카자흐스탄 대사관의 이모 한국문화원장이 2015년 4월 독도 홍보 동영상 콘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작 포스터에서는 독도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일본대사관이 (독도 표기를) 볼 수 있다” 는 이유를 들었다. 이 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의 대응을 유발할 수 있는 홍보는 지양하라는 지침에 따라 홍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산업은행에서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된 C씨가 2014~2016년 모두 444차례에 걸쳐 출장비 허위 신고 및 중국어 교습비 등 허위 영수증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4000만원을 횡령한 사례도 공개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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