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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높아진 르노삼성, 대구에 르노 시험센터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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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카를로스 곤(오른쪽 세번째) 르노차 그룹 회장이 2014년 방한 당시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곤 회장은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르노 그룹이 글로벌 생산기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품질과 가격이다. 그런 측면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톱 클래스’ 생산기지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르노삼성차]

카를로스 곤(오른쪽 세번째) 르노차 그룹 회장이 2014년 방한 당시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곤 회장은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르노 그룹이 글로벌 생산기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품질과 가격이다. 그런 측면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톱 클래스’ 생산기지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르노삼성차]

글로벌 자동차 업계 4위인 프랑스 르노자동차그룹 내에서 르노삼성차가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룹서 개발 신차 각종 성능 테스트 #아시아 지역에 시설 구축은 처음 #자율차·전기차 등 첨단연구도 병행

르노삼성차는 신차 및 첨단기술 시험을 전담할 르노그룹의 차량 시험 센터를 대구에 구축하기로 대구시·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KIAPI)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신축할 차량 시험 센터는 르노삼성차뿐 아니라 르노차가 앞으로 출시할 신차의 각종 시험을 수행한다. 르노차가 아시아에 차량 시험 센터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이번 센터 구축으로 르노삼성차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 센터는 38만㎡ 규모 대구광역시 달성군 주행시험장 안에 구축한다. 르노삼성차는 대구시·진흥원과 협력해 글로벌 신차 개발에 필요한 각종 특수 도로를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규격의 테스트 설비를 센터에 만들고 운영할 계획이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이나 홈이 파인 길, 눈 빗길 등 극한 상황을 가정한 내구 시험로(600m)와 먼지가 가득한 터널(200m), 소음 시험로를 신설하거나 기존 시험로를 확충한다.

르노삼성차 QM3.

르노삼성차 QM3.

또 전 세계로 수출할 전기차·자율주행차 기술 등 첨단기술 연구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특히 대구시가 추진 중인 ‘규제프리존’ 같은 미래차 테스트베드(시험대)를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르노삼성차는 대구시와 1t 전기 상용차 개발을 추진 중이다.

르노삼성차 입장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졌다. 이번 시험 센터를 구축하기 전까지 르노삼성차는 신차를 출시하기 전 루마니아에서 시험을 진행해왔다. 국내에 유럽 수출용 시험 설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에 있던 시험 설비도 경기도 화성, 부산 공장 등으로 흩어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졌다.

르노그룹은 닛산을 포함한 그룹 내 전 세계 공장을 경쟁시켜 경쟁력 높은 곳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센터 유치는 르노그룹 안에서 달라진 르노삼성차 위상을 잘 보여준다. 앞서 르노그룹은 지난해 12월 “앞으로 르노그룹이 출시하는 모든 프리미엄(고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 프로젝트를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가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자동차 회사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 특정 차종의 연구개발(R&D)을 전담키로 한 건 처음이었다.

르노그룹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경기도 기흥에 있는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의 R&D 경쟁력 때문이다. 연구인력 1000여명 규모인 중앙연구소는 르노그룹의 아시아 지역 허브 역할을 해왔다. 특히 르노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만든 르노둥펑차 R&D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연구소에서 차량·부품 개발과 디자인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QM6(해외명 콜레오스)’가 시장에서 선전한 점도 고려했다.

‘SM6(해외명 탈리스만)’ 개발 과정에선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중앙 연구소 내 ‘르노 디자인 아시아’가 개발을 주도한 SM6 디자인은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1997년 출범 당시 12명으로 시작한 디자인 아시아엔 현재 50명의 디자이너가 일한다. 르노그룹 프랑스 파리 본사 디자인 스튜디오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부산 공장은 2014년부터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생산을 해왔을 정도로 르노그룹의 글로벌 SUV 생산기지로 제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메간·에스파스·알핀 같은 르노차에 장착할 신형 1.8L 가솔린 엔진 생산 물량을 따왔다. 여기서 만든 엔진은 프랑스·스페인에 있는 르노 그룹 해외 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은 “장기간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도 R&D·디자인 투자에 소홀하지 않았던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장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해외 수출에도 적극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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