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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도 반가워 … 미수습자 모두 찾았으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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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솔직히 직접 볼 자신이 없네요.”

희생자 가족들, 안산·광화문으로 #분향소 찾는 시민들도 줄이어

세월호가 107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 경기도 안산에 있는 정부 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 TV방송을 통해 세월호 인양 장면을 지켜보던 김민지(당시 17세·단원고 2학년)양의 아버지 김내근(48)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배 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 얼굴과 침몰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아 현장에 가지 않고 안산에 남았다”며 “저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왜 그렇게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기실에는 김씨를 비롯해 유가족이 10명이 자리를 지켰다. 소파 위 책상에는 노란색 리본과 스티커 등이 가득 놓여 있었다. 다음달 열릴 3주기 행사에 쓰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작업 중이었다. TV를 지켜보던 오영석(당시 17세·단원고 2학년)군의 아버지 오병환(46)씨는 “참담하다. 아예 벌집으로 만들어 놨다. 이제 시작이다. 미수습자를 모두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호성(당시 17세·단원고 2학년)군의 어머니 정부자(50)씨도 “세월호 특별조사도 반쪽짜리로 끝났다. 저 큰 배가 급격히 침몰한 원인을 꼭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3시45분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에서 스마트폰 방송으로 인양 순간을 지켜보던 자원봉사자 김모(52)씨와 방모(49)씨는 녹슨 선체가 드러나자 눈물을 흘렸다. 날이 밝자 시민들이 하나둘씩 광장 한쪽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9명의 미수습자를 모두 찾길 기원했다. 유가족 유영민(48)씨도 23일 낮 12시40분쯤 광장을 찾았다. 유씨는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3반 유혜원양의 아버지다. ‘광장 당번’이라 인양 현장으로 가지 않고 세월호 천막에 나왔다고 한다. 유씨는 “밤새 방송으로 인양 장면을 지켜보며 희생자 가족들끼리 단체 채팅방에서 얘기를 나눴다. 두려우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희생자 가족이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늘 죄송한 마음이다. 9명의 미수습자를 찾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임명수·하준호 기자, 여성국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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