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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발레 … 강렬한'4色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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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발레와 모던발레 레퍼토리를 꾸준히 선보여온 유니버설 발레단(UBC)이 또다시 일을 냈다. 국내에서 모던발레는 표 안 팔리고 지루한 천덕꾸러기 신세인데도 UBC는 과감히 멍석을 깔았다. '네 가지 모던 발레의 유혹'이 새로운 도전장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번 공연은 국내외 네명의 안무가의 작품을 UBC 전현직 단원이 춤으로 구현한다. 나초 두아토의 '숲', 홍승엽의 '뱀의 정원', 하인츠 스포얼리의 '올 쉘 비(All shall be)', 유병헌의 '파가니니 랩소디'다. 각각 20~25분씩 공연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하인츠 스포얼리의 작품이다. 하인츠 스포얼리는 국내에선 낯선 이름. 하지만 유럽에선 지적이고 깔끔한 안무 스타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스포얼리의 작품을 손꼽는 것은 일반적으로 모던발레는 난해하다는 전제와 달리 그의 춤이 우리 정서와 잘 맞기 때문이다. 이번 '올 쉘 비'는 2001년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이 초연한 작품으로 남성 솔로의 파워풀한 춤과 12쌍의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눈에 띈다.

나초 두아토의 '숲'은 지난해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가 국내에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숲'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 무대와 의상, 고전발레를 발전시킨 깔끔한 춤이 인상적이다. 유럽의 정상급 안무가로 통하는 나초 두아토는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에서 직업 무용수로 활동하다 지리 킬리안의 눈에 띄어 안무 작업을 시작했다.

UBC 부예술감독인 유병헌의 '파가니니 랩소디'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테마로 한 서정성 뭍어나는 컨템포러리 발레다. 뜨겁게 흐르는 눈물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푸른 희망을 찾는 내용으로 유병헌의 신작이기도 하다.

홍승엽의 '뱀의 정원'은 21세기형 이브 이야기다. 뱀의 정원에는 다섯 명의 이브가 산다. 망설임.도피.외면과 자아 발견 등 강한 욕망들이 교차한다. 네가지 작품 중 가장 파격적이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UBC 단원과 함께 해외에서 활동 중인 강예나(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전은선(스웨덴 왕립 발레단).안은영(독일 도이체 슈타츠 오퍼)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28일부터 31일까지 LG아트센터. 02-2005-0114.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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