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호흡곤란 루게릭 환자, 재활로 숨통 틔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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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동식 인공호흡기. 기관지를 절개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코를 통해 숨을 쉴 수 있다.

루게릭병.척수성 근위축증.근육병…. 이들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증상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호흡이다.

호흡은 횡격막과 폐 주위 호흡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이뤄진다. 따라서 호흡 근육이 점차 퇴화하는 이들 환자에게 숨쉬기는 사투나 다름없다. 근육병 환자들이 20대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는 것 역시 바로 이러한 호흡 장애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들 환자를 도와주기 위해 의사들은 기관지를 절개해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문제는 기관지 절개로 인해 갖가지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 말하고, 먹는 행위가 불편할 뿐 아니라 감염도 우려된다. 더욱 괴로운 것은 절개된 목에 인공호흡기가 달려 있으니 이동의 자유가 박탈되는 것이다. 마치 목에 족쇄를 달아놓은 것 같아 하루 종일 인공호흡기 옆에서 생명을 부지해야 한다.

최근 영동세브란스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는 이들 환자에게 매우 희망적인 치료법을 소개했다. 기관지 절개를 하지 않고 호흡재활 교육과 코를 통해 호흡할 수 있는 이동식 소형 인공호흡기만으로 정상적인 숨쉬기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호흡 재활은 다름 아닌 호흡 근육을 강화시키는 훈련이다. 기침운동.횡격막 호흡법(복식호흡).흉식호흡으로 폐활량을 증가시켜 기계에 의존한 호흡을 줄여준다. 여기에 소형 인공호흡기가 호흡 근육 운동을 보조해 준다.

강 교수는 "이들 환자는 호흡 근육의 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5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호흡 근육이 쉽게 피로해져 가끔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근육을 쉬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2000년 이런 비침습적 인공호흡기를 도입한 이래 지금까지 100명에게 시술을 선보였다. 대상은 근육 질환자가 66명, 루게릭병 환자 20명, 척수성 근위축증 6명, 척수 손상환자 3명 순이었다.

강 교수는 "인공호흡은 밤에만 하고, 장비도 노트북 크기이기 때문에 외출은 물론 여행도 할 수 있다"며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수명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환자가 희귀 난치성환자로 등록되어 있으면 호흡 재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로부터 보조받을 수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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