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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에서 호텔 매일 바꿔 묵으며 디자인 사치 즐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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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남성복 디자이너 우영미(58)는 가장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한국인 패션 디자이너로 꼽힌다. 2002년 세계적인 무대인 파리 컬렉션에 진출, 올해로 15년째 해마다 두 차례 파리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파리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그의 이름을 딴 럭셔리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는 파리ㆍ런던ㆍ밀라노 등 세계 주요 도시 유명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 존에 입점해 있다. 여행이 그의 삶의 일부인 이유다.

-어떤 스타일로 여행하나.
“아트 여행을 많이 다닌다. 리조트에서 쉬는 것보다는 뭘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 미술관에 가고, 독특한 건축물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흥미로운 부티크 호텔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호텔만 보기 위해서 여행을 가기도 한다. 한 도시에서 호텔을 매일 바꿔서 묵기도 한다. 멋있는 디자인을 많이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디자인으로 사치를 부린다고 할까.”

-최근 경험한 흥미로운 호텔을 꼽자면.
“3년 전 스페인 빌바오에 갔을 때 인상적인 부티크 호텔을 발견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앞에 하얀 다리가 있는데, 이를 건너면 창문이 모두 착색유리로 된 헤스페리아 빌바오 호텔이 있다. 방에서 내다보니 바깥 세상은 온종일 노란빛이었다. 상하이에 새로 생긴 핫한 건축물로 꼽히는 워터하우스호텔도 재미있었다. 물류 창고를 쓰던 곳을 개조했는데, 낡은 것과 새 것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객실 한 가운데 화장실 있는데, 속이 훤히 다 보이게 설계됐다.”

-여행지에서 꼭 하는 게 있다면.
“카페에 한동안 앉아있기, 그 동네 남자들 구경하고 관찰하기. 남성복 디자이너로 살면서 생긴 습관이다. 남자들의 몸과 움직임, 행동을 관찰해 패션 디자인에 반영한다. 그리고 여행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전시회 일정 체크다.”

-기념품 같은 것도 사오나.
“자잘한 디자인 소품, 패브릭과 원단을 자주 사오는 편이다. 의자 같이 작은 가구, 다른 데선 찾을 수 없는 빈티지 가구도 좋아한다. 가끔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때 제일 받고 싶은 것이 가구다. 파리의 작은 공방에서 소품 가구를 주문하고 몇 달 뒤 완성되면 찾아 오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여행갈 때 꼭 챙기는 것은.
“편한 신발 한 켤레는 반드시 챙긴다. 자료를 많이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캐리어는 짐이 많이 들어가고 튼튼해야 한다. 지금 쓰는 것은 통가죽으로 된 클래식한 트렁크다. 바퀴가 달리지 않은 게 특징이다.”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프랑스 동남부에 있는) 코르시카 섬에 가고 싶다. 생생한 야생의 자연이 좋다고 들었다. 멕시코도 리스트에 올려 놓고 있다. 멕시코 출신 화가 프리다 칼로 전시를 보고 궁금해졌다. 칼로의 그림은 잔혹한 느낌 속에서도 심장을 찌르는 뭔가가 와 닿는데, 거기에 뭔가 멕시코적인 게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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