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회전 점프 익힌 차준환 … 성인 무대 ‘점프’ 벼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으로 떠오른 차준환. ‘피겨여왕’ 김연아처럼 정확한 점프와 뛰어난 표현력이 강점이다. 2017~18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는 차준환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중앙포토]

한국 남자 피겨의희망으로 떠오른 차준환. ‘피겨여왕’ 김연아처럼 정확한 점프와 뛰어난 표현력이 강점이다. 2017~18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는 차준환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중앙포토]

한국 피겨스케이팅계에서 ‘선수’라 부를 만한 남자선수는 50명 안팎이다. 그런 척박한 토양에서 차준환(16·휘문고)은 놀라울 만큼 잘 성장했다. 어쩌면 ‘쑥쑥 자랐다’는 말보다 ‘혜성처럼 나타났다’는 말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10여년 전 김연아가 그랬던 것처럼.

쑥쑥 크는 한국 남자 피겨 기대주 #점프 기본기에 연기·표현력도 우수 #김연아·하뉴 키운 오서가 집중 지도 #대만 세계주니어선수권서도 5위 #이제 16세 … “5년 뒤엔 독보적 선수”

2016~17시즌 차준환은 눈부셨다. 지난해 12월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땄다. 한국 남자선수로는 처음이다. 16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60.11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를 합쳐 242.45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 지난 14일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전선수 중 차준환을 ‘콕’ 집어 인터뷰했다. ISU는 “한국 여자피겨에는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가 있었지만 남자피겨에는 그만한 선수가 없었다. 한국 남자선수 중에선 차준환이 톱스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칭찬했다.

본인은 부담스러워하지만 차준환의 별명은 ‘남자 김연아’다. 실제로 여러가지 면에서 김연아를 많이 닮았다. 현역 시절 김연아는 ‘점프의 교과서’로 불렸다. 달려오던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도약하는 힘찬 점프 덕분에 그의 점프는 항상 ‘클린’이었다. 차준환의 점프도 깔끔하다. 또 김연아의 강점은 빼어난 감정연기와 표현력이었다. 이 역시 차준환이 많은 칭찬을 듣는 부분이다.

차준환은 2015년 3월부터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로부터 배우고 있다. 오서와 함께한다는 건 그가 세계적인 선수로 자랄 만한 재목이라는 의미다. 오서는 첫 제자 김연아를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싱글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냈다. 2014년 소치에선 하뉴 유즈루(23·일본)를 남자싱글 정상에 올려놨다. 하뉴의 경쟁자이자 2015, 16년 세계선수권 남자싱글 우승자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6·스페인)도 오서 제자다. 오서는 “차준환은 어떤 스타일도 자기 것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한국은 김연아라는 다이아몬드를 내놨다. 차준환도 그런 특별한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 16세인 차준환 또래 중에는 그의 경쟁자가 없다. 이번 대회 주니어 대회에서 경쟁한 드미트리 알리예프(18)·알렉산더 사마린(19·이상 러시아)은 차준환보다 두세 살 위다. 방상아 SBS 피겨 해설위원은 “남자선수들은 키가 크면서 힘이 붙고 점프 완성도가 높아진다. 한두 살 차이에도 실력차가 큰 이유다. 차준환은 아직 성장기인 데도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차준환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있는 다음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다. 오는 10월 만 16세 생일이 지나면 시니어 대회에서 뛸 수 있다. 당연히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함께 훈련하는 하뉴와 하비에르는 물론, ‘점프 괴물’ 네이선 첸(18·미국)도 상대해야 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두 종류 이상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구사하며,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모두 5~7회 집어넣는다. 주니어 선수는 규정상 쇼트프로그램에 쿼드러플 점프를 넣을 수 없다. 차준환은 이번 세계주니어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두 차례 시도했다. 쿼드러플 살코와 더블(2회전) 토루프 점프 연결은 완벽하게 뛰었지만, 두 번째 쿼드러플 살코 단독 점프는 착지를 할 때 넘어졌다.

방상아 해설위원은 “프로그램에 넣는 쿼드러플 점프는 매년 하나씩 늘려가는 게 좋다. 한 번에 2개를 늘리려 한다면 무리가 간다. 차준환이 차근차근 쿼드러플 점프 횟수를 늘리고 다른 기술요소도 소화한다면 21세가 되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독보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