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기업 수사, 속전속결로 끝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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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된 대기업에 대해 다시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10~11월 1기 특수본과 90일간의 특별검사에 이어 세 번째로 대기업 상대의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어제 SK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 3명의 소환을 시작으로 롯데와 CJ그룹으로 조사가 확대된다고 한다. 21일의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와 이후 신병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뇌물공여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기업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캐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다.

SK그룹만 해도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면세점 허가를 둘러싸고 박 전 대통령 사이의 뒷거래 의혹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청탁과 특혜, 강압과 자발의 경계를 엄정하게 따져 죄가 있으면 묻고, 없으면 털어 줘야 한다. 사건을 질질 끌며 뭔가 잡아내야 한다는 잘못된 관행의 먼지털이식 수사는 곤란하다. 2015년 3월부터 8개월 동안 수사한 이른바 ‘포스코 비리 수사’를 통해 기소된 정준양(69) 전 포스코 회장 등 관련자 대부분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무리한 수사의 전형으로 회자된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 대응하느라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웠음은 능히 짐작된다. 특검에서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들은 수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수사의 칼날이 들이닥칠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제 검찰이 수사를 재개했으니 얼마나 더 갈지 모른 채 걱정만 하고 있다.

총수들의 출국금지 조치도 과한 측면이 있다. 최태원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경식 CJ 회장은 출금 상태에서 한 번도 소환조차 되지 않았다. 출금을 해제하지 않는 이유가 오히려 궁금할 따름이다. 총수들이 제 자식 같은 기업을 두고 어딜 도망 나가 떠돌겠는가. 기업 수사에선 속전속결의 원칙으로 정밀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정도(正道)다. 경제활동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맺고 끊음의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 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