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엔 됐고, 지금 안 된다? 규정 다르게 적용한 KBO

중앙일보

입력

2월 20일 오키나와 캠프에서 연습경기를 지켜보는 팻 딘(왼쪽)과 헥터. [일간스포츠]

2월 20일 오키나와 캠프에서 연습경기를 지켜보는 팻 딘(왼쪽)과 헥터. [일간스포츠]

2년 전에 됐고, 지금은 안 된다? 시범경기 외국인선수 출전 제한을 두고 한국야구위원(KBO)가 2년 전과 다른 규정을 적용해 논란이 일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지난 14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팻 딘이 2이닝, 헥터가 1이닝을 던진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등판을 준비하던 헥터는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외국인타자 버나디나가 선발로 출장했기 때문에 외국인선수 3명이 동시에 나설 수는 없다는 KBO의 제지 때문이었다. KBO 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3조는 '구단이 계약하는 외국인선수의 수는 3명(4명)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단, 단일경기 출장은 2명(3명) 이내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석범 KIA 운영팀장은 "시범경기는 정규시즌과 달리 1·2군 엔트리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기용해도 좋다고 통보받았다. 그래서 외국인선수 제한 규정도 피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그런데 시범경기 외국인 선수 기용을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KBO의 설명과 달리 과거에는 이러한 규칙이 통용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3월 11일 NC가 kt전에서 해커·찰리·테임즈를 모두 기용했다. 이튿날인 12일엔 두산이 kt를 상대로 마야·니퍼트·루츠를 동시에 투입했다. KBO 관계자는 "규정에는 시범경기가 정규시즌과 똑같이 적용한다는 설명이 없다. 2년 전과 다른 해석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있지도 않은 규정을 KIA만 지켰고, 계획했던 선수 운영을 하지 못한 꼴이 됐다.

이런 해프닝이 발생한 건 올시즌 시범경기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해 팀당 18경기였던 시범경기를 12경기로 줄였다. 스프링캠프 시작일이 2월 1일로 늦어졌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개최됐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점검해 볼 기회가 줄어들었고, 그래서 KIA도 외국인선수 3명 동시 투입을 고민했다. KBO는 추후 관련 규정을 명문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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