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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 다시 뛰자!] 변화와 도전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 … 신성장동력 달고 ‘날갯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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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생산 능력을 기존의 두배인 40만t으로 올리는 투자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한다. 이 제품은 단백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고부가 소재다.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공장 직원이 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생산 능력을 기존의 두배인 40만t으로 올리는 투자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한다. 이 제품은 단백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고부가 소재다.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공장 직원이 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 금호석유화학]

감히 희망(希望)을 말하기 어려운 시절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엔 현재 희망보다는 절망의 징후가 짙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조각난 소망을 이어붙이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각 기업도 이 작업에 한창이다. 방향과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목표는 같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을 위해서 뛰고 있다. 이들은 ‘투자’, ‘연구개발(R&D)’, ‘변화’, ‘혁신’과 같은 키워드를 붙잡고 앞으로 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올해 희망 키워드는 R&D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기술개발에 온 힘을 쏟을 예정이다. 전자기기로 변해가는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차 메이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신사업 분야를 연구하고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를 새로 만들었다. ‘전략기술연구소’로 명명된 이 기관의 역할은 ‘연구소의 연구소’다. 그룹사 전체에 흩어져 있는 연구 기관에 연구 과제와 방향을 제시한다. 미래차 융복합 분야에서 통합적 대응체계를 세우고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예정이다.

앞으로 정보통신(IT), 인공지능(AI), 공유경제 등 미래 혁신기술의 트렌드 분석과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신사업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대거 영입할 예정이지만, 동시에 기술 개발과 사업화 추진 등 각종 프로젝트 실행에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략기술연구소를 출범하고 미래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미래 비즈니스 경쟁에서 선도자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미를 내포한다”고 말했다. 사물 인터넷 기술의 융합과 인공지능 발달 등으로 전 산업에 걸쳐 파괴적 혁신이 치열한 상황에서 선구안적인 기술 투자와 사업 추진이 미래 지속성장의 핵심 열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미래=투자’ 공식을 모범생처럼 이행 중이다. 올해는 시설과 R&D 투자에 지난해보다 40% 많은 2조7600억원을 쓸 계획이다.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 핵심 사업 영역을 제대로 붙잡기 위해서다. 신사업 육성에 건 액수가 높다.

2025년 세계 톱5 화학사 진입을 위해 연구개발을 한층 강화한다. 신소재 개발과 유망 소재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 확보를 위해 시간과 돈을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특히 전지사업본부는 3세대 전기차(500km 이상)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확실한 1위를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의 도전도 시작했다. 어떠한 경영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확보를 위해 에너지·물· 바이오 3대 분야를 중장기적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지난해 약 67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이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안팎으로 그 어느때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롯데그룹의 희망 키워드는 ‘변화’다. 신동빈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임직원에게 주문하고 있다. 경영 방식을 사회적 변화에 맞추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준법경영과 이웃과의 나눔 등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적용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장단회의에서 “IT혁명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라며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우리 그룹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꾸어야할지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성공모델 발굴을 위한 발상의 전환”과 “사회구조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희망 찾기
불황속 지속성장 발판 마련에 투자
혁신적 기술 등 연구개발에 한창

4차 산업혁명 선도할 신사업 육성
세계 무대 글로벌 기업 도약 노력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의 롯데와는 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와 신뢰도 높은 상품정보, 전문성 있는 조언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 IBM과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 기술인 ‘왓슨’ 솔루션을 도입했다. 그룹 전체를 통합하는 IT서비스를 구축해 5년 이내에 전 사업 분야로 확산한다는 목표다. 또 몇년 사이 그룹의 ‘효자’로 자란 화학 부문에서 한 차례 더 뛰기 위해 투자를 지속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의 에틸렌 생산 규모를 연 20만t 증설했다. 즉, 연산 12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 시설이 되는 것이다. 올해 여기에만 3000억원이 투입되지만 2019년부터는 연간 5000억원 상당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 년째 절벽에 매달려 버텨온 중공업계에 희망 붙잡기는 더욱 절실하다. 현대중공업은 ‘4인5각’의 끈을 풀고, 4개 회사로 분할돼 개별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조선과 비(非) 조선으로 나눠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 나섰다.

이런 분할을 통해 기업 미래가치가 더욱 높아질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대부분의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분할에 찬성표를 던졌다. 재무구조 개선과 순환출자 해소, 투명성을 확보하면 세계 기업과 경쟁할 때 맞설 힘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최악은 지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선박 수요 증가에 기대를 품고 있다. 오는 2020년 1월부터 전 해역에서 선박연료 내 황함유량을 0.5% 이내로 제한하려면 이 기준에 맞춘 설비를 설치하거나 새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의무 설치, 이산화탄소 배출량 의무보고 등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라 기술력이 있는 업체일 수록 대응이 수월하다.

한화그룹도 강화되는 환경 정책에서 미래를 찾고 잇다.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큐셀은 지난해 말 기준 5.7GW의 셀과 모듈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셀 생산규모 세계 1위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성장할수록 확고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한화큐셀은 생산능력 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1년 퀀텀기술로 다결정 셀효율 세계 1위 기록을 보유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다결정모듈 효율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5년 2분기 드디어 본격적인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말레이시아·중국 등 생산거점을 다양화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 선진시장인 미국과 일본 뿐만 아니라 인도와 터키 등 신흥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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