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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보다 중요한 ‘수술 후’…재택 관리 서비스 주목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김진구 기자]

퇴원은 치료의 끝이 아니다. 결과가 완치로 이어질지 재입원으로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퇴원 후 관리에 달려 있다. 상당수의 퇴원 환자들이 이른바 ‘퇴원 후 증후군(post-hospital syndrome)’ 증상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퇴원 후 한 달 안에 원래 건강 문제와는 다른 새로운 건강 문제를 겪으며 심한 경우 재입원해야 할 정도로 악화된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미국 노인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환자 300만 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의 40%가 퇴원 후 재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10명 중 4명 재입원하지만 '퇴원 후 관리' 인식 저조

중증질환일수록 재입원율이 높았다. 심장 쇼크의 경우 90%가, 폐렴은 78%가 재입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질환이 악화된 경우보다 새로운 질환으로 인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

연구를 진행한 할란 크룸홀츠 교수는 “환자로 지내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인데다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 지내는 동안 근육과 뼈가 약해진다”며 “비교적 건강한 환자도 오랜 입원 기간 동안 몸이 약해져 퇴원 후 새로운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클리닉에 따르면 퇴원 후 근육이 손상 또는 손실되거나 신경병증을 새로 앓게 되는 경우가 40~70%에 달한다.
대부분의 중증질환자가 퇴원 후 별도의 시설이 아닌 집으로 돌아간다. 뇌졸중 환자 7800명을 추적하는 KOSCO(한국뇌졸중재활코호트연구단) 연구에 따르면 치료 후 환자 10명 중 6명이 퇴원해 집으로 갔다.

퇴원을 앞둔 중증질환자들은 치료와 예후에 대한 간호요구도가 높다. 그러나 중증질환자를 위한 퇴원 후 관리 체계는 환자의 관심과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추진한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관리보다 치료에 드는 의료비 경감이 목적이다.

사물인터넷 기반 퇴원 후 관리 서비스, 의사·환자 모두 '만족'

이러한 가운데 사물인터넷(IoT)을 앞세운 최신 헬스케어 서비스가 중증질환자의 퇴원 후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례로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라이프매니저(LifeManager)’의 경우, 복약지도와 운동, 생체신호 측정, 내원일 알림 등을 환자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모바일 앱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의료진은 원격 모니터링과 일대일 상담을 통해 환자를 관리한다.

실제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라이프매니저를 서비스하는 라이프시맨틱스 측에 따르면 라이프매니저로 퇴원 환자를 관리한 의료진 10명 중 8명은 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응답했다.

85.6%가 환자 점검과 소통, 건강관리 등 다방면에서 유용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84.6%는 이 서비스를 다른 병원에도 권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폐암), 삼성서울병원(위암·대장암), 서울시 보라매병원(뇌신경질환), 대구드림병원(뇌신경질환) 등 4개 종합병원 의료진 39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만족도와 유용성을 평가한 결과다.

환자 역시 의료진이 짜준 퇴원 후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충실히 수행하는 등 순응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환자의 지속적인 예후 관리를 유발하기 위해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라이프매니저 서비스의 목표”라며 “현재 폐암, 위암, 대장암, 뇌신경질환에 대한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기기 인증과 더불어 제도적으로 건강보험 수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며 “암과 뇌신경질환 같은 중증질환뿐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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