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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선거 감투 나눠먹기, 각서 폭로도 … 부산·경남 기초의회 왜 이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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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14년 7월 출범한 제7대 부산·경남지역 기초의회에서 ‘감투 나눠 먹기’를 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의정 활동비 외에 업무추진비에 차량까지 제공되는 의장 자리 등을 놓고서다. 기표방법까지 합의해 이탈표를 방지하는 등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여당이 의장단 등 집행부를 독식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진구 의장 자리 두고 합의각서 #후반기 의장 합의 무산되자 폭로전 #의령·사천서도 의장 나눠먹기 파문 #“입후보 거쳐 직접 선출이 바람직”

2014년 7월 부산진구의회는 소속별로 당시 새누리당 12명, 민주당 7명이었다.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10명은 임기 2년인 전반기 의장에 강모 의원을, 후반기 의장에 이모 의원을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3개 자리도 누가 맡을지 정한 뒤 추대의원이 의장 당선에 실패하면 자신들도 부의장 등을 맡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문도 썼다. 또 약속대로 투표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투표용지 상하좌우 정해진 위치에 추대 의장 이름을 쓰기로 했다. 이탈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부산진구의회 소속 당시 새누리당 의원 10명이 제7대 상·하반기 의장·부의장을 나눠먹기로 합의하고 작성했던 합의문.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부산진구의회 소속 당시 새누리당 의원 10명이 제7대 상·하반기 의장·부의장을 나눠먹기로 합의하고 작성했던 합의문.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합의대로 같은 해 7월 8일 투표에서 의장·부의장 등이 선출됐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은 합의대로 선출되지 않아 강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다. 불만을 품은 이 의원이 합의 사실을 폭로하면서 감투 나눠 먹기가 들통났다.

부산진경찰서는 의원 10명을 최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합의로 의장을 선출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어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와도 의원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의장은 “의장 선출 합의문을 쓰는 것은 통상적이어서 문제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남 의령군의회에서는 동료 의원 5명이 자신을 후반기 의장으로 밀어주지 않았다며 전반기 의장단 선출 당시 손가락 피로 지장을 찍은 각서를 폭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남 사천시의회는 7대 출범 이후 의장 등 집행부 구성을 놓고 여·야 합의가 안 되면서 3개월간 열리지 못했다. 진통 끝에 집행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사천시의회는 김현철 후반기 의장이 1년만인 지난 13일 사퇴하고 오는 27일 새 의장을 뽑기로 하면서 의원들이 의장·부의장 등을 6개월~1년씩 나눠 먹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초의회 의원은 연간 6800만원의 정도의 의정 활동비를 받는다. 또 매월 업무추진비로 의장 240만원, 부의장 120만원, 상임위원장 90만원을 받는다. 의장은 운전기사가 딸린 차량도 제공 받는다. 부산진구의 한 전직 의원은 “이 같은 혜택 때문에 의장 등을 놓고 사전 합의나 동료 의원에게 향응·선물을 제공하는 뒷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는 주민 피해로 이어진다. 부산진구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14년 서울보다 높은 쓰레기 봉투가격과 쓰레기 처리비용을 문제 삼았지만 의회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진구의회 정상채 더민주 의원은 “지난해 야당 의원이 포함된 감사위원회가 감사할 수 없도록 여당 의원들로 특별위원회를 가동해 감사를 진행했다”며 “주민 혈세를 낭비해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천시 의원들은 의회가 열리지 못했는데도 3개월간의 의정비는 모두 챙겼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사전 입후보 없이 모든 구성원을 후보로 두고 무기명 비밀투표하는 교황선출방식 대신 입후보한 의장을 직접 선출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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