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대자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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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부산대에 나붙은 적색 대자보는 너무나 명백한 사실착오와 어이없는 북한찬양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암약활동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선 극좌 운동권이거나 북의 첩자들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 어느쪽의 소행이든 게시내용이 너무나 졸렬하여 반공면역성이 강한 우리 국민에겐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어떤 좌경 재미교포의 북한방문기에서 옮겨쓴 것으로 추측되는 부산대의 적색게시물은 북한이 에너지의 95%를 자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찬양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저수준의 산업상태에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석유생산이 없기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북한이 산업화 단계에 이르렀다면 석유의 대량수입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 선전물은 대외수입이 없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경제적 강점을 강조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어떤 수준에 있다는 것은 세계가 아는 일이다.
아직도 양권제를 강제하여 식량소비를 제한하고 있는 북한과 자동차·TV등 각종 기계·전자제품이 남아돌아 대외수출을 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비교의 차원을 넘은지 오래다.
적색선전물은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북한에는 없다고 찬양하고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공업화와 도시화라는 사회발전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구의 탈농현상이 없다는 것은 북한이 아직 중세봉건사회적 정체상태에 있다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의미하는 바 없다.
북한에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북한에서 인구의 도시집중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 선전물의 유치한 내용을 일일이 반박할 필요나 흥미는 없다. 문제는 우리 학원이 북한찬양 선전의 근거지가 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사회의 좌경운동권은 국민적 합의가 확인된 새 헌법마저 부인하고 이 헌법절차에 따른 정권교체도 거부하려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를 파괴하고 북한에 투항하려는 패배주의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여 다원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좌경용공과도 공존해야한다는 주장도 없지않다. 그러나그것은 잘못된 논리다. 우리사회의 좌경용공파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려하고 있기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의 기본체제에 승복하고 이의 모순을 시정하려는, 이른바 혁신의 범위까지만 허용될 수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난 체제파괴적 과격급진은 국민의 노력과 공권력의 동원으로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결코 무력하거나 무방비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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