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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미국 경제, Fed 대신 세제개혁 주목해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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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석좌교수,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조찬강연

13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펠드스타인 교수가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펠드스타인 교수가 ‘미국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법인세 인하와 국경조정세 부과는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요소다. 법인세를 낮추고 싶지만, 그럴 경우 세수 결손이 많다. 이를 메우기 위해 기업에 부가가치세(VAT) 같은 개념의 국경조정세(Border-adjustment Tax)를 부과하려고 한다.”

법인세 내리면 1900억 달러 세수손실 #부가세 개념 국경조정세로 메울 듯 #미국서 제조해 수출한 상품엔 면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사진)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13일 이렇게 말했다.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이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조찬강연에서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과 2017년 미국 및 세계 경제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경제를 논할 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역할에 방점이 찍혀있었다면,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중 세제 개혁이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법인세 인하 ▶영토세(해외에 본사나 지사를 둔 미국 기업에 대한 세금부과) ▶국경조정세 도입 등 크게 세 가지 예를 들었다.

자료:펠드스타인 교수

자료:펠드스타인 교수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35.3%(2016년 지방세 포함 38.9%)의 법인세율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자 한다. 그럴 경우 법인세 회피를 위해 세율이 낮은 국가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수익을 해외에 잔류시켜 세수 누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싱크탱크인 NLI리서치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법인세 수입은 높은 법정 법인세율(35.3%)에도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8%보다 낮았다.

이런데도 법인세를 내리면 약 1900억 달러의 세수 손실이 예상된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성장을 촉진해 실질적인 결손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면서도 “세수 결손은 영토세와 국경조정세 등으로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경조정세 도입에 관해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국경조정세는) 미국으로 제품을 들여오는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이기 때문에 개념상 부가가치세(VAT)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국경조정세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법인세 개혁에 포함된 내용으로 ‘조세정책’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멕시코산 제품에 45% 또는 3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국경세(Border Tax)와는 다르다. 국경세는 직접적 관세부과로 ‘무역정책’의 일환이다.

국경조정세는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의 제품에는 매기지 않는다. 미국으로 제품을 들여와 팔거나 수입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어 팔 때 비용공제를 해 주지 않아 20%의 세금을 무는 효과가 생긴다. 이와 달리 미국의 수출품은 면세 혜택 덕에 20%의 보조금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국경조정세의 목적은 세수 증대”라며 “(이론상) 기대한 효과를 거둔다면 1200억~1500억 달러의 세수 증대로 이어져 법인세 감면에 따른 세수 결손을 보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펠드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미국 GDP에서 수입은 15%를 차지하므로, 여기에 20%의 세금을 물리면 GDP의 3%에 해당하는 새로운 세수가 발생한다. 반대로 GDP의 12%를 차지하는 수출은 과세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GDP의 2.4%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경조정세는 GDP의 0.6%에 해당하는 세수를 발생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금액이 해마다 1200억~15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경제학 이론상 한 나라의 무역적자 규모는 전국적 투자와 저축의 차이와 같다”라며 “국경조정세는 투자나 저축을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무역수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조정세의 구체적 내용과 도입 가능성은 현재 불투명하다. 월가에서는 국경조정세 도입 가능성을 20% 정도로 본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여부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의지가 강해 국경조정세를 포함한 수입 규제, 수출 장려 관련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국경조정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미국 공화당”이라며 “세제와 관련해 백악관은 하원 주도의 공화당원들이 만들어가는 세제 정책을 따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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