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드 “닉슨은 상황 인정하고 퇴진 수용 … 한국, 곧 있을 대선을 통합 기회로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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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10일 본지에 “대선을 통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이 이를 실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10일 본지에 “대선을 통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이 이를 실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토머스 허버드(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 전 주한 미국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과 관련, “질서 있는 탄핵과 사퇴 절차에 찬사를 보낸다. 조만간 실시되는 대선을 통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주한미국 대사가 본 탄핵 사태 #작년 박근혜 첫 담화 서울서 지켜봐 #“질서 있는 탄핵 절차 높이 평가”

그는 10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허버드 전 대사는 또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벌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퇴진을 받아들였다. 차기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헌법에 따라 승계하는) 부통령이 있고 한국은 (헌법에 따라) 대선을 통해 새 정부를 구성하니 양국의 절차는 어느 정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허버드 전 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던 2004년 당시 주한 미국대사로 한·미 관계를 막후에서 조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첫 대국민 담화를 했던 지난해 10월에도 서울에서 이를 지켜봤다.

허버드 전 대사가 언급한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됐던 닉슨 전 대통령은 상원의 탄핵 표결을 앞둔 1974년 8월 8일 “임기를 마치기 전에 물러나는 게 끔찍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나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며 퇴진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럴드 포드 당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다음은 문답.

탄핵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시선은.
“헌법 절차가 질서 있게 진행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대규모 시위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대단히 평화적이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 진영의 몇 분이 사망해 안타깝다. 그러나 한국은 대단히 질서 있게 헌법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자랑할 만하다. 많은 미국인이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 주한 대사였는데.
“국회가 노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집무 복귀도 대단히 질서 있게 진행됐다. 당시 탄핵 요구는 국회 다수당인 야당에서 나왔다. 그러나 여론은 노 전 대통령 편에 서 있었다. 이번엔 여론이 국회의 탄핵 표결을 이끌어냈고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노 전 대통령보다 심각하다고 보는 것 같다.”
한국은 여전히 찬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국은 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자유롭고 공정하며 질서 있게 선거를 치러 새 지도자를 뽑아 나라를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 나라를 통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거다. 한국이 선거를 통해 이를 실현할 것으로 확신한다.”
탄핵 이후 한·미 관계는.
“양국이 매우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미 정부는 북한 문제 등을 놓고 한국과 긴밀히 협조했다. 양국 국무장관이 협의했고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 차기 정부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신중한데.
“일부 후보와 국회의원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다. (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새 정부는 사드 배치를 들여다볼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전임 정부와 다른 결론을 내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 주한 대사였는데 양국은 군사 협력과 동맹 관계를 놓고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함께 내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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