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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갚느라 유흥업소로” … 서울시민 ‘눈물의 상담’ 45%가 대부 피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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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A씨(23·여)는 2014년 8월 원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500만원을 빌렸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이자가 밀렸고, 그 이자를 갚기 위해 불법 대부업체에서 170만원을 빌렸다. 업체에 1일당 4만원을 이자로 내야 했다. 그가 이자를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는 추가 대출을 제안했다. 이를 거듭하다 보니 매일 내야 하는 이자가 10만원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A씨는 돈을 갚으려고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올 1월 서울시 ‘눈물그만상담센터’에 도움을 청했을 때는 총 4000만원 이상을 사채업체에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1300만원의 빚이 남아 있었다. 센터의 도움으로 그는 법정 이자율(27.9%)을 넘어서는 불법적인 빚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센터가 직접 대부업체에 불법 행위를 경고하고, 법률 자문까지 무료로 제공해 준 덕이었다. A씨는 유흥업소 일은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서울시의 민생 피해 상담소인 ‘눈물그만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에 지난해 접수된 전체 상담 사례 5만1948건 중 2만3238건(44.7%)이 ‘불법 대부업체에 의한 피해’와 관련된 것이었다. 천명철 서울시 민생경제과장은 12일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서민들이 불법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구해 쓰고, 이로 인한 빚에 짓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불법 대부업에 이어 상담 건수가 많았던 것은 ‘상가 임대차 관련 피해(1만1125건, 21.4%)였다. 건물주가 갑자기 월세를 올리거나 상의 없이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는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 몫의 권리금을 챙기려 한 경우 등이 대표적 사례였다.

작년 눈물그만상담센터 사례 분석 #상가 임대차 피해가 그 뒤 이어 #상담하면 무료 법률 자문 등 서비스

상담건 중에는 전자상거래 관련 피해(20.8%)나 직업소개소의 문제(12.1%)와 관련된 것도 많았다.

상담센터는 2012년 온라인상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 법의 보호 밖에 놓여 있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이를 덜어 주기 위해서였다. 2014년부터는 서울시청 인근에 사무실을 구해 오프라인 상담도 병행해 왔다. 해마다 5만 건가량의 피해 상담이 접수된다. 상담센터는 최근 서울시내 임대아파트 단지 16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동 상담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천 과장은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간단한 법률 지식을 몰라 피해를 당하는 서민이 의외로 많은 걸 알 수 있다. 변호사·가맹거래사 같은 전문가와 함께 법률·행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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