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불복하는 입장을 내비친 것과 관련해 여야 대선주자들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반면,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들은 공식입장 표명을 꺼렸다.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도 흡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오늘(12일)은 더 언급하지 않겠다"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유 의원은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에게 승복하라고 강조했던 입장 그대로이고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오늘은 공식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양해바란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싸움을 앞둔 만큼, 여론 추이에 따라 추후에 입장을 정리해 밝힐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일각에서 자유한국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현재의 국가적 혼란상황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먼저 용서를 구한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차벽을 두고 다른 주장을 외쳤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하나였다"며 "이제 화합된 국민의 힘으로 낡고 구태한 국가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 역시 다시 용기를 내겠다"며 "오직 새로운 대한민국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사실상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논평을 내고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에 흠결이라도 있는 듯이 언급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문란 사태"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은 헌재의 결정이 진실을 근거로 하지 않았고 자신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명백히 선언한 것"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속시키고 계속 싸워야 할 명분을 줬다"고 비난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 전 대통령이 불행해진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탄핵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오늘 또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헌법과 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보이지 않아 국민으로부터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고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대국민 사과, 헌재판결에 승복하는 모습을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역할이 아니었을까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국정치사에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성정 정의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며 국민들에 대한 사과대신 일부 지지자 결집을 위한 '대국민 투쟁선언'을 했다"며 "우리 국민들은 마지막 도리마저 저버린 박 전 대통령을 '가장 고약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