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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민 결정 존중 … 새 대통령 누가 되든 협력 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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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정부는 9일(현지시간) 탄핵 확정 직후 한국의 차기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탄핵 결정이 나온 뒤 중앙일보의 문의에 “미국은 한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택하든 협력관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너 대변인 대행은 “미국은 한국의 변함없는 동맹이자 친구이자 협력국”이라며 “양국 동맹은 역내 안정과 안보의 핵심(linchpin)”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동맹 수호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의) 국내 문제에 입장을 취하지 않으며 나라의 미래를 정하는 것은 한국 국민과 민주적인 기관들”이라고 말했다. 탄핵 결정에 앞서 그는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서도 “한·미의 근본적인 관계와 유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가 탄핵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질문엔 “절대 없다(not at all)”고 못 박았다. 이날 본지 문의에 대한 토너 대변인 대행 명의의 답변은 이례적으로 9분 만에 나왔다. 이처럼 신속한 답변은 이미 사전 내부 조율을 거쳐 준비돼 있었음을 시사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보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10일자 1면. [각사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보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10일자 1면. [각사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보도한 CNN의 웹사이트 첫 화면. [각사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보도한 CNN의 웹사이트 첫 화면. [각사 홈페이지 캡처]

미국 언론들은 박근혜 정권 몰락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CNN은 “Park Out(박근혜 퇴진)”이라는 제목으로 웹사이트 첫 화면에서 소식을 전했다. AP통신은 “충격적인 몰락(stunning fall)”이라고 표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웹사이트 머리기사에서 “냉전시대 군부 독재자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아이콘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 대변인 대행 “변함없는 동맹 #북한으로부터 방어 책임 다할 것” #‘Park Out’‘충격적 몰락’제목 #주요 외신들 탄핵 이후 대선 조명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보도한 AP통신의 웹사이트 첫 화면. [각사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보도한 AP통신의 웹사이트 첫 화면. [각사 홈페이지 캡처]

미국 주요 언론들은 탄핵 이후 한국 대선을 조명했다. 진보 정부가 등장할 경우 한·미의 대북·대중 공조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가 초점이다. WP·NYT·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서울발 보도 모두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이름이 등장했다. WP는 “문재인은 2008년 이후 집권했던 보수 정권보다 북한을 향해 더 유화적인 접근을 취해 왔다”며 “그가 당선될 경우 대북 햇볕정책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는 ‘떠오르는 문(문재인)’이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그래픽을 보여주며 “선두 후보인 문재인은 중국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평양과 더 대화할 것을 주장해 왔다”며 “북한에 대한 문재인의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뜻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문재인”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문재인이 5월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BBC는 “진보 정권이 들어설 경우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등 대북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탄핵 이후 한·미 관계의 관리에 나선다. 토너 대변인 대행은 브리핑에서 “(다음주 방한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현지에서 많은 대화를 할 것이며 한국 정부와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알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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