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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이도 앱 다운받고 통화도 잘해요"…스마트워치 '독립 선언'

중앙일보

입력

LG전자는 10일 스마트폰 없이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는 'LG 워치 스포츠'와 'LG 워치 스타일'을 출시했다. [사진 LG전자]

LG전자는 10일 스마트폰 없이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는 'LG 워치 스포츠'와 'LG 워치 스타일'을 출시했다. [사진 LG전자]

건망증이 심한 직장인 김경록(37)씨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출근하는 일이 잦다. 거래처와의 중요한 계약이 있는 날엔 연락을 받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닐 순 없을까. 건망증이 심한 직장인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똑똑한 손목시계가 나왔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없이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전송은 물론 애플리케이션까지 직접 다운받을 수 있는 스마트워치 'LG 워치 스포츠'와 'LG 워치 스타일'을 10일 출시했다.

LG전자, 안드로이드 웨어 2.0 기반 'LG 워치 스포츠·스타일' 출시 #"스마트폰 연동 없이 앱 다운받고 인공지능 비서 기능도 탑재" #삼성·중국 화웨이·ZTE 등 '독립적 통신 기능' 강조한 제품 봇물

스마트폰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스마트워치의 독립 전쟁이 전선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까지 스마트워치는 '값비싼 만보계' 이상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이 독립적인 통신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면서 스마트워치가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추억의 만화 '형사 가제트'에서 가제트 삼촌을 돕는 조카 페니의 만능시계처럼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기기로 진화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제품 LG 워치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지 않고도 직접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웨어 2.0' 운영체제(OS)를 탑재했다. OS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시계 화면에 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자판을 눌러 문자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음성으로 날씨나 가까운 식당, 위키백과 등을 검색해주는 인공지능(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도 갖췄다. 전작인 'LG 워치 어베인' 모델이 탑재한 안드로이드 웨어 1.5 버전에서는 구현할 수 없던 기능들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전에는 정교하지 못한 음성인식 기술로만 문자를 전송할 수 있다 보니 '예', '아니오' 정도의 간단한 메시지만 전달할 수 있었다"며 "손글씨나 자판으로 문자를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시끄러운 지하철에서도 완전한 문장의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 워치는 또 롱텀에볼루션(LTE) 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 받고 전화 통화도 할 수 있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도 인터넷에 연결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있는 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심 1.5m에서 30분 동안 견딜 수 있는 방수 기능도 갖춰 수심이 얕은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시계를 벗어놓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워치의 독립 전쟁은 삼성전자가 먼저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갤럭시 기어S3를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없이 앱을 다운받고 손글씨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가 구현해내는 기능이다. 다만 타이젠 OS에 깔린 앱장터 '갤럽시 앱스'는 안드로이드의 '구글 플레이스토어'보다 이용할 수 있는 앱이 적다는 단점은 있다.

삼성과 LG를 모방해 중국 기업들도 '독립형 스마트워치'의 트랜드를 쫒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안드로이드 웨어 2.0이 탑재된 '화웨이워치2'를 출시했다. ZTE도 3세대(3G) 통신 기술이 적용된 'ZTE쿼츠'를 조만간 시장에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의 독립적인 통신 기능이 대세가 된 배경에는 애플워치의 실패가 반면교사가 됐다고 설명한다. 애플워치2는 자체 통신 기능이 없어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아이폰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반쪽짜리 스마트워치'란 비판을 받게 된 이유다. 다만 애플도 차기 스마트워치 신제품에는 독립된 통신 기능을 탑재해 구글과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홍원균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스마트워치 OS 시장의 절반을 애플이 점유하고 있지만, 2019년쯤에는 애플과 구글의 양강 구도로 정리될 것"이라며 "독립된 앱 다운 기능이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가 늘어나면서 스마트워치의 위상도 한층 높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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