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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왜 남성보다 여성에 더 해로울까?

중앙일보

입력

박 모(41·여) 씨는 환절기만 되면 감기에 걸린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기침과 가래 증세가 오래가더니 최근엔 두 달 넘도록 가라앉지 않았다. 박 씨는 병원에서 "담배 때문에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 증세가 악화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 씨는 10여년 간 하루에 담배를 15개비씩 피운 흡연자다.

여성, 비흡연자보다 체내 독성물질 최대 3배 이상 #"독성물질 몸 밖 배출 여성이 더 어렵기 때문인 듯" #

 김 모(60·여) 씨는 지난 2013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20년간 매일 담배 반 갑을 피웠던 게 주원인이었다. 수술을 받고 담배도 끊은 김 씨는 올해 초 다시 가슴 통증이 심해지고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폐암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들었다.

 똑같이 담배를 피우더라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1∼73세의 건강한 성인 401명(남 232명, 여 169명)을 조사한 결과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보다 혈액 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농도가 최대 3배 이상 높았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은 살충제나 농약 성분인 디디티(DDT)와 폴리염화바이페닐(PCB) 등 독성물질 26종을 통틀어 말한다. PCB는 세게 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해 취급을 금지한 물질이다. 이 독성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면 면역체계를 교란하거나 중추신경계를 손상해 출산 장애나 암 등의 원인이 된다.

담배 피우는 20대 여성 [중앙포토]

담배 피우는 20대 여성 [중앙포토]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PCB 농도가 2.7~3.5배까지 나타났고, DDT의 체내 농도는 3.2배였다. 하지만 남성은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최대 2.3배였던 PCB를 제외하고 다른 성분들은 여성 흡연자만큼 위험도가 높지 않았다.


 여성이 담배에 더 취약한 이유는 뭘까? 연구팀은 "여성의 체내 대사능력이 남성보다 더 떨어져 독성물질을 체외로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해외에선 흡연하는 여성이 낳은 아이의 체내 독성물질 농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한편 이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원을 받아 실시됐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역학저널(Journal of Epidemiology)에 게재됐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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