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은행 3곳, 국제금융망 몰래 쓰다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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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북정책 새판짜는 트럼프 

북한 국영은행들이 최근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핵 개발 의혹으로 국제 금융거래에서 배제돼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었던 이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WSJ “핵·미사일 자금줄 본격 차단” #5년 전엔 이란 은행 배제돼 큰 타격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는 지난 6일 “유엔의 제재 대상에 올라 퇴출당했던 북한 국영은행들이 지난해까지 이 망을 몰래 사용하다 적발돼 다시 이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은행은 북한의 ▶동방은행(Bank of East Land) ▶조선대성은행(Korea Daesong Bank) ▶조선광선은행(Korea Kwangson Banking) 등 3곳이다. 이들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망을 사용할 수 있었는지, 3곳 외에 이 망을 사용하는 북한 은행이 몇 개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스위프트는 1977년 유럽과 미국 은행들이 국가 간 교역과 자금 거래를 위해 만든 기구다. 스위프트에는 현재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여 개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WSJ는 이번 조치를 북한의 핵·미사일 ‘자금줄 차단’의 하나로 해석했다. 북한을 공식적인 국제금융 거래에서 배제해 대북 제재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다. 여기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요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는 북한과 거래할 경우 스위프트 자체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초강경 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김원익 한국은행 국제결제협력반장은 “스위프트는 국제거래 공통규약이라 여기서 배제되면 대체통신거래망을 이용해야 하는 등 굉장히 불편해진다”며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상징적인 경고를 보내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EU는 2012년 3월 이란에 대한 제재로 중앙은행을 비롯한 이란 은행 30곳을 스위프트에서 강제 탈퇴시켰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된다고 국제 간 지급·송금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을 거래할 때마다 당사자와 별도의 합의와 증빙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

미국 내에선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북 제재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평양은 뻔뻔스럽게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엔은 제재 조치의 빈 곳(loopholes)을 찾아 메우기 위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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