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씨 이승 떠나는 길 웃음바다 만든 퍼포먼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숙연하던 영결식장 곳곳에서 참석자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그러던 중 가수 존 레논의 부인이며, 설치.행위 미술가인 오노 요코가 먼저 하쿠타에게 다가가 넥타이를 싹둑 잘랐다. 이어 여기저기서 조문객의 넥타이를 자르는 일들이 벌어졌다. 잘린 넥타이들은 한복을 입힌 백씨의 시신 위에 올려졌다. 1960년 독일에서 백씨가 연출했던 넥타이 자르기 퍼포먼스가 그가 세상을 떠나는 자리에서 재연된 것이다. 하쿠타는 "고인이라면 자신의 장례식에서도 뭔가 했을 것"이라며 "오늘의 퍼포먼스는 그런 고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인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앞에서 일부러 바지를 흘러내리게 한 일들을 소개하며 좌중을 웃겼다.

이날 장례식엔 조문객 400여 명이 참석했다. 독일 브레멘 미술관의 볼프 헤르첸고라트 관장,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소속 미술관의 엘리자베스 부룬 관장, 비디오 아트의 거물 빌 비욜라, 독일 의사당을 흰 천으로 싸 유명해진 환경작가 크리스토.장 클로드 부부 등의 모습이 보였다.

백씨와 함께 공동작업을 한 적이 있는 오노 요코는 추도사에서 "63년 일본에서 고인을 처음 만났을 때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근감을 느꼈다"며 "그가 너무 그립다"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