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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국방·통일부 서로 칸막이, 컨트롤타워 역할 못 한 NSC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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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미사일 동해안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이후 황 총리의 청와대 회의 주재는 이번이 처음이다.[사진 청와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미사일 동해안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이후 황 총리의 청와대 회의 주재는 이번이 처음이다.[사진 청와대]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6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네 발을 발사한 직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했다. 지난해 12월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정부서울청사가 아닌 청와대 ‘지하벙커’라고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NSC를 주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인 한국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외교안보수석·안보실장 ‘따로국밥’ #장관도 몰랐던 대통령 ‘통일대박론’ #차기정부선 정책 조정 강화해야

박근혜 정부 NSC는 핵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외교 현안은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안보 현안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되니 정작 NSC에는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통일부는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언급했는데 (주무 장관으로서) 회견 전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7일 “NSC는 핵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국가정보원·외교부·국방부·통일부의 입장을 조정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에선 각 부처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방미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마이클 플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난 뒤 “사드는 자주권 문제인 만큼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최근의 사례다. 부처 간 입장이 사전에 조율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NSC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김 실장 발언을 뒤늦게 전해 들은 뒤 깜짝 놀랐다. 굳이 중국을 이렇게까지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실제 김 실장의 발언 직후 중국 외교부는 ‘한·중 관계 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김정남 암살사건의 핵심 용의자 4명의 평양행을 막는 과정에서도 관련 첩보가 NSC에서 공유되지 않았다고 한다. 4명의 신병 확보는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었다는 점에서 정보 공유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4명이 평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경유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였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정보당국이 관행에 따라 러시아 당국과 독자적으로 비밀협상을 했다가 결국 평양행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사건 초기부터 차라리 국제적으로 공론화했다면 러시아가 부담을 느껴 협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새 정부에선 NSC 본연의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NSC 내 외교안보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춰 NSC의 정책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격변하는 한반도 외교안보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국익을 지킬 수 있고, 국가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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