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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과 결혼하세요” … 미국 어린이 책 작가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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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김수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어린이책 작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 NYT에 남편 배우자 찾는 에세이 기고 # “내가 첫 눈에 반했듯 당신도 그럴 것“ # 사별 앞둔 부부의 사랑 SNS서 감동 확산

“매 순간을 즐겨야 한다. 나의 아내도 유방암이 재발됐는데, 아내 떠난 삶이 얼마나 외로울지 무섭다. 매일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라. 10분 이상 화를 내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스물네살 총각이다. 참된 결혼과 관계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신의 남편 제이슨은 당신 같은 아내를 다신 만날 수 없을 거다. 결혼과 사랑에 대한 관점을 가르쳐 줘서 고맙다.”

“나도 2009년에 남편을 잃었다. 34년간 함께 한 결혼생활이었다. 매력적이고 현명한 그 사람을 잊지 못한다. 다른 누구도 그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당신의 남편 제이슨도 마찬가지일 거다.”

말기암으로 투병중인 미국 어린이 작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이 NYT에 기고한 에세이 페이지.

말기암으로 투병중인 미국 어린이 작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이 NYT에 기고한 에세이 페이지.

말기 난소암으로 투병 중인 50대 초반 미국의 어린이 책 작가가 남편의 새 배우자를 찾는다는 에세이를 신문에 게재한 뒤 올라온 댓글의 일부다. 에세이가 실린 뉴욕타임스(NYT) 기사엔 공감의 글 1300여개 달렸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연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주인공은 에이미 쿠르주 로젠탈. ‘일상의 백과사전’ (Encyclopea of an ordinary life)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Cookies:Bite-Size Life Lessons) 등의 저자. 어린이 책 28권, 회고록 2권 등을 펴낸 인기 작가다.
로젠탈은 지난 3일자 NYT에 “You May Want to Marry My Husband"란 글을 실었다. 자신의 남편 제이슨이 어떤 사람인지, 두 사람이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쓰면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이 ‘멋진 왕자님’을 아껴줄 파트너를 찾는다고 썼다.

NBC방송에 따르면 로젠탈은 현재 호스피스 병동에 있다. 로젠탈의 친구는 그에 대해 “암 판정을 받기 전에도 글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생의 작은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영감을 준 작가”라고 전했다.

현재 호스피스병동에서 투병중인 작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페이스북 캡쳐. 

현재 호스피스병동에서 투병중인 작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페이스북 캡쳐.

다음은 에이미 로젠탈이 NYT에 쓴 에세이(발췌).

“이 글을 한참 전부터 쓰려고 했지만 모르핀을 맞고, 치즈버거도 먹지 못해 산문을 쓸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데드라인이 다가오니, 더 늦출 수가 없네요. 내 맥박이 뛰고 있는 동안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정말 특별한 사람과 26년간 결혼 생활을 했고, 새로운 26년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2015년 9월 5일 저녁,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나의 복부 오른 쪽에 심상찮은 통증 때문이었죠.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의사는 난소암이라고 했습니다. 맹장염이란 말을 기대했던 나에게요. 새벽에 집으로 돌아온 날은 세 아이 중 막내가 대학 공부를 위해 집을 떠나는 날이었어요. 세워 놓았던 수많은 계획들이 한 순간 물거품이 돼버렸어요. 남편, 부모님과의 남아프리가 여행도, 엄마와의 아시아 여행도, 하버드 대학 로엡(Loeb) 펠로우십 지원도, 인도와 밴쿠버, 자카르타 학교에서의 작가 강좌도, 모두 것이 말이예요. 내게 ‘Cancer’(암)는 ‘Cancel’(취소)과 한 의미가 돼 버렸습니다.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난 플랜 ‘비’(작가는 B가 아닌 ‘Be’를 썼다.)를 생각하기로 했고, 미래를 위해 여러분에게 젠틀맨 제이슨 브라이언 로젠탈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제이슨은 쉽게 사랑에 빠져들 게 하는 사람입니다. 과거에 내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내가 대학과 직장을 위해 고향을 떠났다 시카고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본 친구의 소개팅으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스물 네 살 때였죠. 기대없이 나갔는데,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이 사람과 뭔가 이뤄질 것 같다는 그낌이었고, 그날 저녁엔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이슨은 그런 마음이 1년 후에 들었대요.

그와 한 집에서 9490일을 함께 한 경험에 근거해 제이슨을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그의 키는 178센티, 몸무게는 73킬로그램입니다. 머리는 히끗히끗하고 눈은 담갈색이죠. 옷을 잘 입어서 두 아들이 그의 옷을 빌려 입을 정도입니다. 핏도 좋죠. 손재주도 있고 요리도 잘합니다. 그가 마트에서 봉투를 카운터에 놓을 때, 저녁 식사를 만들기 전 올리브와 맛있는 치즈로 나를 유혹할 때, 그런 장면들은 얼마나 달콤한지요. 라이브 음악을 함께 즐겼습니다. 열아홉살 딸 패리스는 누구보다 아빠와 콘서트를 가길 좋아했어요.
그는 정말로 훌륭한 아빠였습니다. 누구에게라도 물어보세요. 제이슨은 마음 따뜻한, 펜케잌 잘 뒤집는 아빠라고 말해줄 거예요. 제이슨의 그림도 나는 참 좋아했어요.

만약 당신이 꿈 많은 여행의 동반자를 찾는다면 그게 바로 제이슨입니다. 그는 작은 마트나 주유소에 들렀을 때도 “손바닥 펴봐”하며 색색의 사탕껌을 제게 주는 그런 사람입니다.(제가 하얀 색의 껌 맛을 빼곤 다 좋아한다는 것도 그는 알고 있죠)

이제 그에 대해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겠죠? 선택만 남았습니다.
참 제이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생겼다고 내가 얘기했던가요. 동화속 왕자님 얘기 같죠?. 25년 함께 산 규칙적 일상, 암 진단 부분만 빼면 동화속 왕자님 공주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좀 더 많은 시간을 제이슨과 내 아이들과 보내고 싶어요. 목요일 저녁 마다 그린밀 재즈클럽에서 마티니를 마시던 그 즐거움을 더 맛보고 싶어요. 그러나 다시는 할 수 없는 일들인 걸 압니다. 이 세상 사람으로 사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은 발렌타인데이입니다. 정말 착하고 바른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제이슨을 찾아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러브스토리가 시작될 거구요. 이 글 아래 빈 공간을 남겨 둡니다. 당신과 제이슨이 신선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말이예요.

김수정 국제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