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신 동남아·미국·일본 등 기업회의 유치, 인천시의 사드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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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사드)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로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리면서 인천시가 유치한 기업 단체관광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중국 기업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인도·말레이시아·일본 등의 다국적 기업회의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나섰다.

올해 기업회의 방문 기업 9곳 중 8곳이 중국기업 #공식적인 취소·연기 통보없지만 다국적 기업회의 올인

7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기업회의 등을 위해 인천을 찾는 해외 기업은 9개로 모두 4만4500명이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 중 8개 기업(4만명)이 중국업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이들의 입국 시기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화장품 제조·판매사인 중국 코우천그룹은 당초 4월 17∼21일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열고 임직원 4000명에게 포상관광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송도컨벤시아와 인근 호텔 등과 맺었던 가예약을 취소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코우천그룹이 컨벤시아 등에 한 예약을 취소한 것은 맞지만, 방문 계획을 아예 취소한 것은 아니다"라며 "방문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하기로 했던 중국 의료기기업체 유더그룹 임직원 1만2000명도 4월로 행사 계획을 연기했다. 월미도 치맥 파티로 유명한 중국 아오란 기업도 인천 재방문 일정을 아직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방문 예정인 중국 기업들로부터 공식적인 취소·보류 요청을 받은 것이 없다"며 "관광 금지령이 내려온 만큼 다들 추이를 지켜보고 방문 여부를 확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중국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외교정세가 회복되길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대신 시장 다변화와 다국적 기업회의 유치 마케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관광공사·서울시·경기도 등과 함께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인센티브 관광 로드쇼'를 공동 개최한다. 4월에는 마닐라·자카르타, 5월에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및 일본 등지에서 현지 세일즈를 진행한다.

한국관광공사 등과 공동으로 다국적 기업회의 유치에도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미국의 다국적 컴퓨터·정보기술업체인 HP 기업회의(400명)가 인천에서 열렸다. 오는 4월과 5월에 1000명, 4000명의 임직원이 각각 참여하는 해외 기업 회의 유치도 거의 확정 단계에 있다고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1000명 이상이 회의를 할 수 있는 송도컨벤시아와 인천 지역 호텔과 함께 관광객 유치 마케팅에도 나설 예정"이라며 "확정된 국제회의·전시·컨벤션 등의 행사에 다양한 이벤트를 결합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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