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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꾼" "악성노조" 文캠프 잇단 구설…"당 정체성 영향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입한 캠프 인사들이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단순한 말실수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의 정체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올림이)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진 반올림은 올해로 10년째 반도체 직업병 인정과 보상을 주도해왔다. 2015년 10월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400일 넘게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삼성 백혈병노동자 대책위인 '반올림'을 '귀족노조'로 지칭한 것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삼성 백혈병노동자 대책위인 '반올림'을 '귀족노조'로 지칭한 것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이들을 ‘귀족 노조’, ‘전문 시위꾼’으로 깎아내린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양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올림’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물러섰다.

양 최고위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고졸 출신 여성으로 처음 임원에 올라 샐러리맨 성공신화로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4ㆍ13 총선 때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해 광주 서구을에전략공천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친문재인 진영의 지원을 받으며 여성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합류했다.


앞서 문 전 대표가 안보 자문역으로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말실수가 문제 돼 캠프를 나가야 했다.

전인범 특전사령관.

전인범 특전사령관.

전 전 사령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5ㆍ18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인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의 정서에 반하는 발언이었다.


부인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도덕성 논란도 제기됐다.

文 캠프 잇단 말실수…당 지지기반과 배치돼

문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도 지난 1일 언론 인터뷰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을 설명하면서 “제조업은 한계에 직면했고, 악성노조까지 감안하면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적다”고 말해 노동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2012년 11월 5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국가비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했다. 오른쪽이 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 [사진·전민규]

2012년 11월 5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국가비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했다. 오른쪽이 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 [사진·전민규]

민주노총은 6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후보는 전 공동선대위원장의 ‘악성노조’ 발언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며 전 선대위원장과 문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유력 대선후보가 된 문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벌써부터 촛불민심에 역행하고, 노조 혐오 발언이 나오는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열린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문 후보 주변이 기득권 대연정이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직접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겠지만, 캠프 외연을 확장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내실을 다지는 데 소홀히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말 실수라고 하기엔 당과 지지자들의 정체성과 괴리되는 것이어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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