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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의 악순환 이제 그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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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격과 보복의 악순환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미 군함이 공격받자 미 해군 헬기가 이란쾌속정을 격침시켰고, 이란이 미국기게양 유조선을 공격하자 미 함대가 이란측 해상유정을 초토화시켰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 바로 먼저 번 일어났던 상대방 도발에 대한 응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란이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공은 다시 이란측에 넘겨진 셈인가.
8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란-이라크전은 그동안 쌍방이 3천억달러의 전비를 투입하고 1백20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그러고도 이 무모한 소모전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이란측의 페르시아만 석유수송로의 방해나 차단을 우려한 강대국들은 이 지역에 80여척의 군함을 집결시키고 있어 자칫하면 이란-이라크 양국 전쟁이 「서방측 대 이란」의 대결 구조로 변모될 가능성마저 있다.
미국의 이번 이란 석유시추탑공격은 고심 끝에 취한 면밀히 계산된 「제한적 응징」으로 해석되고 있다. 소련 및 당사국인 이란에까지 사전 통고를 했고, 그곳에 주둔하고 있던 30명의 이란인들에게 대피할 시간까지 주었다. 나토동맹국이나 미 의회 및 언론이 「레이건」 조치를 지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페르시아만의 안전보강은 이제주변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이해와 직결되는 주요 관심사가 돼버렸다. 서방세계가 총 원유 소비량의 3분의2를 아직도 페르시아만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미군폭격이 단행되자 국제 원유가격이 즉각 치솟고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한 원인의 한 가닥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아직은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미국과 이란간에 전면적 군사대결이 벌어진다면 이란측은 페르시아만에서 호시탐탐 배타적 패권을 노리고 있는 소련에 경사 될 우려도 있고, 이란내의 온건파가 궁지에 몰러 휴전에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레이건」대통령은 일단 이란측의 공격을 「응징」, 미국의 「힘」을 증명했다. 이 응징의 형태가 인명피해 없이 공해상의 군사시설에 제한되어 행해진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한국으로서도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페르시아만의 안전보강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사태해결 없이 보복의 악순환만 되풀이된다면 누구도 원치 않는 단계적 확전에 빠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따라서 지난9월 「페레즈」유엔사무총장이 시도한바 있는 휴전중재안은 아직도 충분히 협의할 가치가 있다.
교전 당사국은 물론 미국 등 강대국들도 이제는 힘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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