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엄마가 재미 느끼면 좋은 그림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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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진 변선구 기자]

세 살난 아이에게 그림책을 사주겠다며 서점에 나간 30대 주부 A씨. 국내에 출간된 그림책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한 시간 여에 걸쳐 그림책을 뒤적인다. 슬슬 뒷골이 땡겨오면서 불타던 교육열이 조금씩 식어감을 느낀다. 그림이 예쁜 것을 골라야 하나? 글이 너무 없으면 교육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결국 '○○○상 수상' 리본이 붙은 유명 외국 작가의 책을 집어든다. 젊은 엄마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상황이다.

이런 엄마들에게 '비교해 보는 재미, 그림책 이야기'(탁정은 지음, 한림출판사, 288쪽, 1만5000원)는 꽤 친절한 길라잡이다. 어린이책 교육문화운동단체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신간 평가위원 등으로 활동해온 그림책연구가 탁정은(46.사진)씨가 월간지에 5년 여 동안 연재한 그림책 소개와 비평을 모았다. 이론적 분석보다는 책의 장점과 작가 소개 등으로 꾸며서 정보가 꽤 쏠쏠하다. 중학교 국어교사 출신이라서인지 술술 읽히는 글맛도 괜찮은 편이다.

"그림책은 보면 볼수록 공부할 게 많다"는 게 그가 10년 가까이 그림책을 접하면서 느낀 생각이다. 좋은 그림책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글과 그림이 잘 조화를 이뤄야죠. 무조건 그림이 멋지다고 선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내용 구성이 제대로 돼 있는지, 문학성은 있는지, 그림과 유기적 연관을 맺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기왕이면 아이들 생활과 연결된 소재라면 더욱 좋겠죠. 요즘 젊은 엄마들은 한글 교육 시킨다고 그림책 안에 글이 많은 것을 선호하지만, 아이들은 그림을 먼저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는 "엄마가 읽어서 재미있는 책을 고르라"고 강조했다. 책 첫째 장의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는 그림책 이야기'는 바로 자신이 재미나게 읽은 그림책을 25가지 주제별로 비교해 묶은 것이다. "엄마가 진심으로 흥미를 느껴야 아이한테 정성껏 읽어주게 됩니다. 아이가 설령 관심이 없더라도 엄마가 공들여 읽어주다보면 절로 재미가 생기게 돼요. 이렇게 해서 아이가 커서도 찾게 되는 소중한 책 한 권이 탄생한다고 봅니다."

그는 '비교해 보는 재미, 그림책 이야기'에서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각별히 신경썼다고 말했다. "우리 책이 외국 책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둘째 장 '우리 그림책 이야기'와 셋째 장 '우리 그림작가 그림책 이야기'가 그것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이런 책도 있었군!' 하는, 발견의 기쁨이 적지 않다. 탁씨는 "좋은 그림책을 고르기 위해서는 엄마도 공부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어린이와 그림책'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이상 마츠이 다다시 지음, 이상금 엮음, 샘터사.한림출판사),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이상금 지음, 사계절)등이 그가 공부하기 원하는 엄마들을 위해 '교재'로 추천한 책이다.

글=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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