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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마크롱, 주변부 르펜 강세 … 미국 대선 닮아가는 프랑스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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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마크롱(左), 르펜(右)

마크롱(左), 르펜(右)

유럽연합(EU)의 존립을 가를 프랑스 대선이 요동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와 프랑스2 방송이 3일(현지시각) 발표한 대선 1차투표 지지율 조사에서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이 27%로 1위를 기록했다. 극우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이 25.5%,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이 19%로 뒤를 이었다. 대선후보 확정 이후 마크롱이 르펜을 누른 것은 처음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6일 회의를 열어 가족의 허위 고용 의혹으로 15일 판사에게 소환될 예정인 피용 대신 알랭 쥐페 전 총리를 후보로 내세울지 논의한다. 1차 투표(4월 23일)까지 한 달 보름가량 남은 프랑스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낳은 미 대선과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경제 실패한 주류 정치인들 몰락 #“1789년 혁명 전야 같은 분위기”

이번 프랑스 대선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주류 정치권의 몰락▶대도시는 마크롱, 낙후된 주변지역은 르펜 지지▶경제개혁 실패한 국가와 정당 불신 등이다.

프랑스 대선 경선은 주류 정치인들의 무덤이었다. 실제 지난해 11월 공화당 경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1차에서 탈락했다. 선출이 유력시되던 알랭 쥐페 전 총리도 피용에게 고배를 마셨다. 지난 1월 사회당 경선에선 마뉘엘 발스 전 총리가 당내 아웃사이더였던 브누아 아몽에게 패했다. 이처럼 주류 정치인들이 뒷방으로 쫓겨나는 동안 기존 정당에서 탈당해 중도를 표방한 마크롱의 지지율은 급등했다.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권을 외면하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기득권의 배만 불렸다는 이유에서다. 이코노미스트가 2015년 프랑스 지방선거 정당별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 반(反)이민 정책을 내건 르펜은 일자리가 줄어든 노후 산업지대에서 지지가 높았다. 대도시에선 좌파 정당이나 녹색당, 중도우파 정당이 잘 나갔고 마크롱이 강세다.

유권자의 불만은 “바꿔보자”로 연결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2002년 일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한 규모였다. 하지만 독일이 슈뢰더 총리 체제에서 개혁에 나선 것과 달리 시라크 대통령의 프랑스는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실업률이 독일은 현재 4%인데 비해 프랑스는 10%나 된다. 특히 프랑스의 25세 미만 실업률은 25%에 달해 젊은층의 르펜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다. 니콜라 바브레 시사해설가는 “파시즘이 일어난 1930년이나 1789년 프랑스 혁명 전야와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도시의 마크롱이냐, 주변부의 르펜이냐의 대결이 프랑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어둠으로 몰아넣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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