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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여론에 밀려 마지 못해 OS 업데이트, 신뢰 깎아 먹은 L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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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경미산업부 기자

김경미산업부 기자

벌써 두 번째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업데이트 중단으로 논란을 빚은 사례 말이다.

3년 전에도 소비자 요구 등한시 #약정 남은 G4·V10 모델서도 재발 #재구매 비율 왜 낮은지 돌아봐야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난 2014년 9월, LG전자는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2’의 업데이트를 중단해 뭇매를 맞았다. 2012년 5월 출시된 옵티머스 LTE2는 세계 최초로 2GB램을 채택해 화제를 모은 제품이다. 출시 70일만에 50만 대가 팔리며 LG전자 스마트폰 판매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LG전자는 이 제품에 대해 안드로이드 젤리빈(4.1.2) OS로 한 차례 업데이트 제공한 이후 더 이상 업데이트 제공하지 않았다. 당시 사용자들이 포털사이트에 OS 업데이트 청원글을 올리는 등 집단 행동을 벌였지만 LG전자는 ‘업데이트를 하면 메모리 용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를 들어 외면했다.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지적에도 반응이 없었다. 이는 당시 LG전자 스마트폰 마니아들의 제품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LG전자는 2~3분기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G4’·‘V10’의 안드로이드 누가(7.0) OS 업데이트를 제공하겠다고 4일 발표했다. 최근 발표한 ‘OS 업데이트 중단’ 계획을 번복한 것이다. LG전자의 부실한 사후관리를 비판하는 본지 보도(3월 2일자) 이후 여론이 악화된 데 따른 조치다.

G4와 V10은 LG전자가 2015년 4월과 10월에 각각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출시 직후 제품을 구매했더라도 아직 2년 약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팔고 나면 그만’이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보기술(IT)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뒤늦은 업데이트 재개를 환영하면서도 “서비스 센터를 통한 항의는 귓등으로 듣더니 신작 ‘G6’에 대한 평가까지 나빠지니 이제서야 움직인다”는 비판글이 쇄도했다.

과거 실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다시 고객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이는 출시 제품에 대해 꾸준히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애플과 삼성전자와 비교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의 누가 OS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이 제품들은 G4·V10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가 발표한 스마트폰 재구매율 조사 결과 애플은 78%(2015년 8월), 삼성전자는 77%(2016년 9월)로 나타났다. LG전자의 경우 절반 수준인 39%(2016년 9월 기준)에 불과하다. 물론 재구매율에는 기기 성능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요건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사후관리에 대한 만족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신제품의 흥행을 위해서는 기존 고객과의 신뢰 형성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사후관리에 공들이는 이유다.

LG전자는 오는 10일 야심작 ‘G6’를 출시한다. G6는 지난주 폐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기본기에 충실한 폰’‘뛰어난 그립감’ 등의 찬사를 받았다. MWC 2017에 참가한 기업 중 가장 많은 31개의 ‘최고 스마트폰상’도 수상했다.

‘사후관리에 이렇게 소홀하면서 G6를 믿고 쓸 수 있을까. 고객은 책임지는 회사만 신뢰한다’. 한 네티즌의 댓글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LG전자가 고객들의 쓴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김경미 산업부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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