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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생신케이크 초 94개 잃어버린 할머니, 다섯 살 되었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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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8면

너댓살 아이에게 “할머니는 몇살일 것 같아?”하고 물으면 십중팔구 이렇게 답한다. “한 2000살?” 몇이 됐든 아이가 아는 가장 큰 숫자를 댈 것이다. 아이에겐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게 할머니 나이다.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사노 요코 글·그림, 엄혜숙 옮김, 상상스쿨, 32쪽, 1만2000원)의 할머니는 99세다. 꼬마 고양이에게는 영원(永遠)과 비슷하게 느껴질 만큼 할머니는 나이가 많고, 그래서 함께 물고기 잡으러 놀러 가기도 어렵다. 할머니는 조용히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고양이가 할머니 생일 케이크에 꽂을 초 중에 94개를 잃어버리며 상황은 바뀐다. 5살이 된 할머니는 나비처럼 고양이처럼 산으로 들로 함께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친구다. 꽃냄새를 맡으며 기뻐하고 냇물에 뛰어들어 낚시를 하더니 새처럼 날기까지 한다.

일하는 부모 대신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자라는 많은 아이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할머니 생일 케이크의 초를 과감히 숨기라’는 조언과 함께 말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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