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검찰 수뇌부 통화기록에 곤혹스런 검찰...'봐주기 수사' 의혹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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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이 우병우(50) 전 민정수석의 통화기록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7~10월 우 전 수석과 검찰 수뇌부가 수시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김수남 검찰총장과 이 시기 20여 차례 통화했으며 이 중 6번은 김 총장이 먼저 전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기는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의혹이 불거지던 때로 지난해 8월 18일에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를 수사의뢰했으며, 닷새 뒤에 검찰은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꾸려 이석수-우병우 관련 사건에 착수했다.

3일 오후 박영수 특검팀으로부터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우 전 수석 등에 대한 수사를 재개해야 하는 검찰은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통화 내용이 없이 횟수와 시기만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악의적 기사다. 수사팀 힘을 빠지게 할 뿐이다”고 말했다. 2일 언론에서 ‘김 총장과 우 전 수석이 지난해 8월 3차례 통화했다’고 보도가 나왔을 때 대검 관계자는 “법안 논의, 김 총장의 해외 출장 등 관련 업무 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서 전화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3일 ‘김 총장이 6차례 전화를 먼저 걸기도 했다’는 추가보도가 나오자 “회의 중이라 받지 못한 전화에 ‘콜백’해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김 총장 외 다른 검찰ㆍ법무부 간부와도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같은 시기 우 전 수석은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1000여차례 통화했다. 법무부는 “일상 업무상 민정수석과 검찰국장이 통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 전 수석 수사 관련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8월 김주현(56) 대검찰청 차장검사와도 통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 해명한 부분이다.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으로 검찰 개혁이 화두일 때라 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전화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팀이 우 전 수석을 조사하면서 이 시기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조차 해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봐주기 수사’ 의혹도 제기된다. 당시 수사팀 대변인이었던 이헌상 수원지검 차장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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