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백약이 무효...금융위기 이후 첫 3개월 연속 소비 감소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소비 부진이었다. 수출·생산·투자가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데 반해 소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생산 투자 회복세 불구, 소비 악화로 경기 회복 난망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대비 2.2% 감소했다. 지난해 11월(-0.3%)과 12월(-0.5%)에 이어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하고 있다. 소비가 3개월 이상 연속으로 줄어든 건 금융위기 때인 2008년8~12월의 5개월 연속 감소 이후 처음이다.

소매판매 추이

특히 1월의 감소폭은 지난해 12월의 4배 이상에 달해 소비 부진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판매는 0.6% 증가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4.5%)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1.9%)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체 감소폭을 키웠다.

반면 생산과 투자는 다소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광공업 생산이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을 중심으로 3.3%라는 비교적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0.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全)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1%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1.4%)과 12월(0.2%)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 행진 중이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업황 호조에 따른 기계류 투자 확대 덕택에 2.6% 늘어나면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각각 0.3포인트와 0.1포인트 높아졌다.

생산과 투자 등의 회복은 수출 회복세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 수출은 지난해말부터 전년 동월 대비 증가로 반전한데 이어 계속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증가율이 20.2%에 달했다.

1월 산업활동동향

정부는 수출·생산·투자의 회복세를 반기면서도 신중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경기 회복 효과가 일시적,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은 당분간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고용 둔화 등에 따른 내수 부진 때문에 경기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내수 위축 흐름을 조기에 차단하고 경제활력을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올들어 소비 부진이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지난달 23일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도입, ^골프장 세부담 경감, ^호텔 숙박비 10% 인하 유도 등 내용의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세종= 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