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이틀 전(28일), NSC주도로 모든 옵션 망라한 대북 정책안 정리해 조만간 트럼프에 보고예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미국 백악관이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 북한 정권 교체(regime change)까지 고려한 대 북한 대응 방안을 최종 정리했고, 금명간 이를 도널드 트럼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2주전 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캐슬린 맥팔랜드 부보좌관이 각 행정부처의 안보담당 관리들을 소집해 북한 관련 국가안보회의를 열었으며 '본류에서 벗어난(outside the mainstream)' 아이디어까지 포함한 다양한 대북 방안을 제안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에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옵션부터 평양(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을 하는 옵션까지 넓은 범위에 걸친 모든 옵션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이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당시 회의에 참가한 미 행정부(국무부·국방부 등)의 안보 담당자들은 지난달 28일 맥팔랜드 부보좌관에게 대북 정책 제안과 아이디어들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NSC에서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 보고하기 위해 정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미 NSC가 대북 정책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는 회의를 연 시점은 대략 지난달 15일 경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지난달 12일), 김정남 암살 사건(13일)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또 지난달 10~12일 트럼프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당시 미 고위관리들이 수차례에 걸쳐 "(미국이) 새로 짜고 있는 대북 전략에는 군사적 영역을 포함시킬 가능성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WSJ은 당시 회담에 참여했던 소식통을 인용, "이에 일본 측은 만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실험할 태세를 갖춘 것으로 여겨지면 미군이 북한에 대해 타격에 나서는 옵션이 포함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이런 시나리오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동맹국(한국, 일본)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려 최근 수년간 미국과 면밀히 공조해 왔지만 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로 인한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1일 밤 CNN 타운홀 미팅에 출연, "북한이 ICBM을 발사할 능력을 달성했거나 달성했다는 결정적(conclusive) 증거가 있다면 북한의 현 정권과 통치자를 볼 때 (미국은)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건 즉각적인 위험이며 재앙적 상황이 되는 걸 막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왜냐하면 그들(북한)은 우리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예방타격이란 전쟁 발발 가능성이 없거나 낮은 상태에서 위협을 미리 타격해 무력화하는 것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이 임박했거나 높은 상황에서 군사행동하는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보다 더 적극적인 개념이다.

매케인 위원장은 "하지만 그 이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조속히 배치해야 한다"며 "금방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국이 지금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어 (신속한 배치에) 어려움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함께 출연한 상원 외교위 소속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그는(김정은) 이복 형을 죽이고 자기 삼촌(장성택)을 대공화기로 쏴 죽인 미치광이(nuts)"라며 "난 이런 미치광이가 이미 보유한 폭탄을 우리나라(미국)에 보낼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건 미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돌(conflict)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무 늦기 전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만약 충돌을 너무 두려워 한다면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엄의 발언 역시 예방타격의 필요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권 출범을 전후해 미 의회에서 대북 선제타격 혹은 예방타격 필요성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상원 군사·외교위원회의 대표격 중진 의원들이 이처럼 강도높은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