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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태아에도 수당 주는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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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도쿄 지요다(千代田)구가 1일 발표한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이다. 태어나기도 전인 임신 5개월의 태아부터 월 5000엔(약 4만2000원)을 지원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고 부럽다. 이뿐 아니다. 지요다구는 4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한을 종전의 초등학교 6학년에서 18세까지로 올린다. 한마디로 임신 5개월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지자체가 책임을 갖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말이 아동수당이지 '출산 보상금'이다.

또 국가가 제도로 정한 '보호자의 연간 소득 860만 엔 이하'란 지급 대상 조건을 자체적으로 없애버렸다. 그런 조항에 매달렸다간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막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부자든 가난하든, 맞벌이 가구이건 아니건 가리지 않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책 역시 과감하긴 매한가지다. 일본 정부는 ▶6세까지 의료비 무료 지원 ▶육아휴직 시행 중소기업에 1인당 연 100만 엔 지급 ▶출산비용 전액을 국가가 실비로 부담하는 '출산 무료화 제도' 도입 등 파격적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도 가세해 올해 '남성 육아휴직 10% 이상 실행하기 운동' 실시 등 저출산 저지를 위한 대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정은 어떨까. 한국의 출산율은 1.16(2004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보육료 지원.육아시설 확대 등 각종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10년까지 총 19조3000억원을 투입할 채비다.

하지만 각종 재정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으로 하여금 "아이를 낳아도 문제없다"는 의식과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여기에 정부.지자체.기업 간의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말로만 "아이를 많이 낳으면 적극 도와주마"라고 해놓고 "맞벌이 부부의 근로소득 추가공제 혜택을 없애겠다"고 정부에서 엇박자를 내버리니 가뜩이나 출산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직장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저출산 위기는 단순 경제논리만으로 정책을 펴기엔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배 속 태아에게까지 아동수당을 주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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