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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OOK] 배우 김하늘의 아름다운 도전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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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 한층 무르익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하늘이 영화 <여교사>를 통해 전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질투와 시기, 절망감으로 인해 점차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비정규직 교사 '효주' 역이다.  다음은 폰타나 밀라노 화보 촬영장에서 만난 배우 김하늘과 나눈 대화다. 

블루 컬러의 에이 레이디 백 폰타나 밀라노 1915. 톱, 스커트 모두 프로엔자 스쿨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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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여교사>의 효주는 이제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어둡고 황폐한 캐릭터예요. 애초에 대중적으로 흥행하기 어려운 소재의 작품이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을 선택한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A. <여교사>의 효주는 제가 이제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현실에선 외면하고 싶은 인물인데, 배우로서는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은 배역이었죠. 질투나 욕망 등 인간의 근원적이고 감춰진 감정들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 배우로서는 굉장히 욕심이 났어요.

Q. <로망스>를 연기하던 20대 시절에 이런 작품 제의가 들어왔다면 어땠을까요?
A. 20대가 아니라 불과 몇 년 전이었다 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 대본 읽을 때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읽었어요.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고 저부터 기분이 상하는 캐릭터였죠. 몰입해서 읽는 동안 내내 너무 화가 나고 답답했어요. 그런데 대본을 덮고 나니 캐릭터에 대한 느낌이 강렬하게 남더라고요. 그래도 몇 년 전이었다면 용기를 못 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Q. 작품에 대한 반응이 엇갈려요. 주연배우로서 이번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네요
A. 여러 기사와 리뷰들을 저도 읽었는데, 사실 저는 되게 잘 봤어요. 일단 제가 시나리오에서 봤던 느낌과 맥락이 너무나 같게 나왔거든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처럼 영화를 볼 때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굉장히 좋았어요. 극단적인 사건이나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장면들도 있지만, 대체로는 건조한 여주인공을 따라가는 영화라 일상적인 장면도 많고, 등장인물이 많지도 않아서 지루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흡인력 있더라고요. 저는 그것만으로
도 박수 쳐주고 싶어요. 심리 묘사도 좋았던 것 같고요.

Q. ‘효주’는 열등감과 피해 의식, 자격지심에 휩싸이게 되는 여자예요. 효주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시간들은 어땠나요? 굉장히 낯선 캐릭터였을 텐데, 그녀의 내면 심리에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요?
A. 저는 사실 굉장히 이해가 되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누구나 그렇듯 제 삶 안에도 분명히 자격지심, 열등감, 질투 같은 감정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는 효주만큼 그런 감정을 크게 느끼는 것도 아니고 만약 저였다면 그런 어리석은 결정도 내리지 않았겠지만, 효주가 그런 주변 환경과 상황 속에서 감정이 뒤틀려가는 게 이해가 됐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감정을 이입하거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어렵지 않았죠.

Q. 의상이나 헤어, 메이크업 등 외적인 부분도 효주를 표현하는데 큰 역할을 한 듯해요
A. 이번 영화를 보고 그런 얘기를 특히 많이 하더라고요. 의상이나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이 되게 효주 같고 정말로 그 캐릭터랑 잘 맞는다고요. 이번 작품뿐 아니라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헤어나 메이크업, 의상 등을 캐릭터에 맞게 하려고 늘 신경 써요.

Q. 여배우로서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심을 완벽하게 내려놓기란 쉽지 않잖아요. 여배우들은 울 때도 예쁘게 울어야 한다면서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당신은 철저하게 황폐한 효주의
모습이 되기로 한 것 같아요
A. 물론 예쁘게 나와야 하는 작품, 예를 들면 전작인 <공항 가는 길> 같은 멜로 주인공을 할 때는 그래야 하죠. 그런 작품은 말한 대로 우는 것조차 예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는 피부나 얼굴 각도도 더 신경 써요. 그런데 저는 데뷔 때부터 외적인 부분보다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늘 연기에 대한 욕심을 많이 냈던 것 같아요. 외모는 카메라 감독님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주변 스태프들이 챙기는 거고, 제 역할은 연기 잘하는 거 라고 늘 생각했거든요. 외모에 아예 신경을 안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항상 캐릭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Q. 피폐하게 표현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나요?
A. 좀 반가운 느낌이었어요. 만약 그 작품이 저를 처음 선보이는 데뷔작이었다면 정말 싫었을 테지만요(웃음). 하지만 이미 많은 분이 예쁘고 화려하게 비쳐진 제 모습을 여러 작품을 통해 보셨으니까 저는 배우로서 캐릭터와 연기에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에이 레이디 백 폰타나 밀라노 1915. 재킷, 스커트, 슈즈 모두 브루넬로 쿠치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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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을 마치고 효주와 이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A. 효주에게서 빠져나오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여러 캐릭터를 만나고 연기 생활을 계속해 오면서 연륜이 쌓이다 보니 캐릭터에 빨리 동화되고 분리되는 일에 훨씬 익숙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감정을 잡기 위해 촬영 전후로도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촬영할 때만 집중하는 게 오히려 몰입도가 높다는 걸 느꼈고, 그렇게 하니까 촬영 후에도 금방 저로 돌아올 수 있었죠.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저만의 방법을 터득한 셈이에요.

Q. 결혼한 지 이제 딱 1년이 되었네요. 결혼이 연기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나요?
A. 결혼으로 인해 제 삶이 특별히 달라졌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부모님과 살다가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것뿐이죠. 그게 전부예요. 어떻게 보면 변화가 별로 없는 듯해요. 다만 제가 결혼하고 <공항 가는 길>을 촬영하면서 느낀 점은 부모님과 살며 연기할 때보다 사랑하
는 사람과 살면서 연기하는 느낌이 좀 더 편하다는 것 정도? 온전히 기댈 수 있는 동반자, 파트너가 있다는 느낌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진 것 같아요. 소소한 일이나 작은 환경의 변화에도 연기 톤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변화가 알게 모르게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어요.

Q. 요즘은 많은 여배우가 오히려 결혼 후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A. 제가 아까 말한 것처럼, 결혼을 해도 환경이 바뀔 뿐이지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뀌는 건 아니거든요.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Q. 김하늘은 어떤 아내인가요?
A.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내에요. 연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사실 그동안 엄마가 거의 모든 걸 다 해주셔서 요리도 거의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남편은 제게 그런 부분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죠. 그런데 저는 나름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며 잘 챙겨주려고 애쓰고 있어
요. 남편도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거든요

Q. 예전 영화 스틸들을 찾아보고 많이 놀랐어요. 다른 여배우들은 외모가 많이 달라졌는데, 김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서요. 아무리 완벽한 미인이라도 더 예뻐지고 싶은 욕망, 더 젊어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유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가요?
A. 그냥 제 성향인 거 같아요. 물론 저도 노화가 최대한 지연되기를 원하지만 다른 얼굴이 되는 뭔가를 할 생각은 없어요. 당연히 제게도 단점이 있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부분조차도 인정하고 사랑하려고 애쓰는 스타일이에요.

Q. 요즘 들어 해보고 싶은,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나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A. 주연은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슬리퍼 끌고 다니는 동네 언니 같은 자연스러운 캐릭터? 영화 <우아한 거짓말> 에서 유아인 씨가 맡은 역할도 너무 매력 있더라고요. 그런 역할들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Q. 데뷔 20년 차예요. 10년 후 또 20년 후의 내 모습이 지금과 어떤 점에서 다르고, 어떤 점에서 같길 바라나요?
A. 며칠 전에 텔레비전을 봤는데 어떤 여배우가 나이 드는 게 좋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연기의 폭도 넓어지고, 발전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며. 저는 항상 나이 드는 게 싫다고 말하는데 말이죠(웃음). 그 인터뷰를 보면서 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어요. 아직까지는 배우로서도 여자로서도 나이 드는게 싫어요, 저는. 그래서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하고 싶지 않죠. 돌이켜보면 20대에 비해 30대의 저는 많이 변한 것 같아요. 하지만 30대의 저와 연기를 꾸준히 하며 10년을 보내고 맞은 40대의 저는 갭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요. 그래서 앞
으로 10년 후에도 저는 그렇게 많이 변할 것 같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나이 드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요. 지금처럼 내 일을 계속 사랑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나이 드는
걸 잘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다크 그린 컬러의 와이트 미디어 백 폰타나 밀라노 1915. 카디건 마르니. 팬츠 브루넬로 쿠치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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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제이룩 3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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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강숙 (kim.kangsook@joins.com)
FASHION CONSULTANT 김명희 PHOTOGRAPHER 김영준 STYLIST 고병기 MAKEUP 수이(보보리스) HAIR 강성희(보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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