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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라이트’ 뒤에 제작자 브래드 피트 있었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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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무려 175관왕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작이 번복되는 해프닝 끝에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2월 22일 개봉, 배리 젠킨스 감독) 얘기다. 이 영화는 지난 1월 8일 열린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았고, 뉴욕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도 감독상, 촬영상 등 3관왕을 받으며 유수 영화제의 상을 휩쓸었다. 주목할 것은, ‘문라이트’ 뒤에 배우 브래드 피트(53)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바로 ‘문라이트’의 총괄 프로듀서, 즉 제작자다. 피트가 2001년 창립한 제작사 ‘플랜 B(Plan B)’는 이제 미국 예술영화의 명가라 불릴 만하다. CEO인 피트가 프로듀서이자 공동 대표인 데드 가드너, 제레미 클라이너와 함께 이끌어온 제작사다.

미국 예술영화 명가 ‘플랜 B’ 일궈 #‘노예 12년’‘빅쇼트’등 잇단 수상 #“우리 아니면 못 만들 영화만 제작”

2014년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플랜 B의 설립자 브래드 피트(오른쪽부터)와 공동 대표인 데드 가드너, 제레미 클라이너. [AP=뉴시스]

2014년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플랜 B의 설립자 브래드 피트(오른쪽부터)와 공동 대표인 데드 가드너, 제레미 클라이너. [AP=뉴시스]

플랜 B 영화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흑인 노예제도를 다룬 ‘노예 12년’(스티브 맥퀸 감독)으로 제86회 아카데미 작품상 등 3개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엔 ‘빅쇼트’(2015, 애덤 맥케이 감독)로 제88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트리 오브 라이프’(2011, 테렌스 멜릭 감독) ‘머니볼’(2011, 베넷 밀러 감독) 등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도 이미 여러 차례다. 제작자로서 남다른 저력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는 대형 스튜디오에서 만들지 않을 영화를 제작한다.” 피트는 영화 제작에 대한 신념을 이렇게 밝혀왔다. 그는 “플랜 B는 작은 회사”라며 “규모가 큰 상업영화 위주로 제작하는 할리우드에서, 우리가 아니면 만들어지지 못할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 작고, 복합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지원하겠다”는 원칙 아래, 플랜 B는 다양한 소재와 인종, 주제를 다룬 영화를 만들어왔다.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행적을 담은 영화 ‘셀마’(2014, 에바 두버네이 감독)도 그중 하나. 피트는 자신이 제작하는 영화에 직접 조연을 맡기도 하는데, 그는 ‘노예 12년’에서 노예제도에 반기를 드는 백인으로, ‘빅쇼트’에서는 재야의 경제고수로 출연했다.

피트가 두 명의 파트너, 가드너·클라이너와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라이언 머피 감독)였다. 이후 플랜 B는 신인 작가 감독 발굴에도 주력하는데, 그렇게 발굴한 감독이 ‘헝거’(2008) ‘셰임’(2011)을 연출한 스티브 맥퀸 등이다. ‘투 러버스’(2008) ‘이민자’(2013) 등을 통해 인생에 관한 심도 있는 통찰을 그려온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플랜 B가 9년을 공들여 지원한 끝에 어드벤처 ‘잃어버린 도시 Z’(올 상반기 개봉 예정)를 연출했다. 넷플릭스가 투자·배급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 제작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한다면, 최소한 관객 한 명은 이 영화를 사랑해주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피트. 가드너와 클라이너는 그를 가리켜 “영화 를 사랑하는 조력자이자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파트너”라고 입을 모은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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