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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정착 돕는 심리치료 마련해야"

중앙일보

입력

"탈북자들은 짧게는 몇달, 길게는 몇년간의 난민 생활로 심신이 극도로 피폐한 상태에서 한국에 도착합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선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심리적 치료도 절실합니다."

지난해 3월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MSF)한국지부에서 근무하는 프랑스인 소피 들로네(37. 사진右)와 마린 뷔소니에(31.사진左)는 그간의 탈북자 구호사업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들이 북한 난민을 돕기 시작한 것은 북한 경제가 어려워 탈북자들이 급증했던 1998년 부터. 소피는 중국, 마린은 일본을 근거지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흩어져 있는 탈북자를 돕다가 지난해 3월 함께 서울에서 일하게 됐다. 이들의 임무는 탈북자들이 무사히 한국땅을 밟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지난 1년간 중국과 동남아를 드나들며 9백19건에 달하는 탈북자 가족과 접촉하고 식량 보따리와 의약품, 그리고 숨을 곳 등을 제공했다.

마린은 "북한에서 먼 나라일수록 신변이 안전하므로 걸어서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에 도착한 탈북자도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또 "많은 탈북자가 다시 북한에 잡혀가거나 병 들어 사망하기 때문에 한국 땅을 밟는 사람은 기적에 가까운 행운아"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재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3천명 정도. 이들은 오랜 기간 사선을 넘나들었기 때문에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져 한국땅을 밝는다. 소피는 "탈북자는 영양실조에 의한 전신 쇠약.뼈 질환. 치아 이상.위장병 등이 흔하다"며 "하지만 이 보다 황폐해진 정신.심리상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소피는 "우울증.대인기피증 등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탈북자가 대부분이지만 신체적 질병과 달리 정신치료는 거의 못 받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마린은 "남한의 풍부한 의료자원을 탈북자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싶다"며 "조건없는 한국 의료진의 참여를 절실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71년 전쟁.기아.질병.재해 등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돕기 위해 설립된 인도주의 국제민간의료구호단체. MSF에서 일한 지 소파는 10년 마린은 7년째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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