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서와 업무 볼 때 막히면 부장 이름 파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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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직장인 K씨는 다른 부서의 업무까지 끌어와 떠맡기는 ‘고물상’ 같은 상사로 인해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K씨는 환경은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의 마음은 다룰 수 있음을 깨달았다. ‘A+급 사원이 아닌, A급 사원이 되자’고 결심한 그는 자신이 정한 한계를 넘어선 요구는 거절했다. 그 결과 K씨는 상사의 측근에서 제외됐지만, 적정량의 업무만 맡게 되면서 마음에 가득 찼던 불만이 사라졌다.
직장인의 ‘마음 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책『지키겠습니다, 마음』(웨일북)에 등장하는 실제 사례다. 이 책을 쓴 이는 국내 대기업 과장인 김종달(35)씨.
이 사례 속의 K씨는 김씨 자신이다.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상처받지 않을까’. 김씨는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2년 동안 심리학·인지치료·철학 분야를 공부했다. 독학으로 깨달은 지식에 자신의 경험담을 더해 최근 책을 펴냈다. 지난 9일 만난 김씨는 “내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건 결국 내 자신 뿐이란 걸 깨달았다”면서 “내가 터득한 현실적인 방안들을 잘 정리해두고, 다른 직장인들과도 나누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타인에게 받는 상처가 첫 번째 화살이라면,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키워서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게 됩니다. 상황을 직시하고, 마음을 다스리면 해결 방안이 보일 거예요.”
그는 책에서 자신이 개발한 직장인 맞춤형 ’마인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사건발생->사건인지->상황판단(올바른 의미입력+유연한 판단기준)->감정생성 4단계로 나눠, 자신의 마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김씨는 최근 처음 해보는 유형의 업무에서 서툴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네가 알바생이야?”란 말을 들었을 때를 예로 들었다.

김종달 삼성물산 과장. 10년 동안 자신이 겪은 직장 경험 바탕으로 『지키겠습니다, 마음』 책 출간.

김종달 삼성물산 과장. 10년 동안 자신이 겪은 직장 경험 바탕으로 『지키겠습니다, 마음』 책 출간.

그는 판단기준을 ‘처음 하는 일이니까 서툰 게 당연하다’로 세우고, ‘이 상사는 원래 말을 좀 거칠게 한다’는 의미를 입력했다. 그는 “이 단계를 거치자 분노의 감정은 체에 걸러지고, 업무에만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형 인간’ 이던 김 과장이 책을 쓰게 된 건 2014년 말이다. 그는 일과 사람에 치여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기존의 책들에서 길을 찾아봤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았고, 운동과 같은 취미 활동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논어』 『사기열전』 등의 고전과 현대의 인지 치료 서적 등을 읽으면서 지식을 쌓았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그는 신문 칼럼을 베껴 써보며 문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작가의 시각으로 보자 직장 생활이 즐거워졌고, 회사 보고서 작성도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는 책을 쓰면서 자신에게 어려운 일을 미루는 ‘포워딩 머신’같은 상사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다른 부서와 업무 협의를 할 땐 상사의 위세를 빌리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지혜로 처리했어요. 그렇게 업무 실력을 기르자 주머니 속의 송곳이 밖으로 나오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원리로 그 상사를 벗어날 기회가 생겼죠.”

그는 “감정은 잘 다루면 일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직장인들이 감정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마음 관리 책 낸 ‘김 과장 ’김종달씨 #직장서 상처 안 받는 비결 특급 조언 #4단계로 나눠 자신의 마음 컨트롤 #“다들 감정의 노예 아닌 주인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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