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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3월 인상설’ 물 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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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금리 인상채비를 마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마지막 관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바로 ‘트럼프 불확실성’때문이다.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뚜렷이 밝히면서도 그 시기에 대해선 갈수록 말을 아껴 시장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공언 #정책 반영되면 물가상승 불가피 #불확실한 상황 금리인상 리스크 커 #Fed, 정책 더 지켜본 뒤 판단할 듯

자료: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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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준의 올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들은 상당히 이른(fairly soon)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제조건으로 “앞으로 나올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현재 연준의 예상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모습을 보일 경우”라고 달았지만 연준 내부에 금리인상론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 FOMC 회의 이후 나온 미국 경제지표는 양호하다. 지난 1월 기존주택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 최근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역시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201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자료: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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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사록에 구체적인 추가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연준 위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 규모와 세부 요소, 그리고 이런 정책들이 실물경제나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트럼프는 1조 달러(약 114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공언했다. 실제로 이뤄질 경우 경기 활성화를 통해 물가도 더 빨리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도로·항만 등 대규모 토목 공사가 이해관계와 환경규제 등에 묶여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행해 국가 간 무역마찰이 커질 경우 미국 경제성장세도 꺾일 수 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이런 정책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연기하지 말자고 주장한 위원은 단지 ‘몇 명’이었다. 대다수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더 지켜본 이후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당초 오는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확실시했던 시장은 의사록 공개 이후 방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확실한 매파적(금리 인상) 발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 달러화의 평균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의사록 공개 전 101.72까지 올랐지만 의사록 발표 직후 101.17까지 떨어졌다가 하락폭을 줄였다.

자료: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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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크지 않다고 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월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현재 수준인 0.5~0.75%에서 동결할 확률은 지난 15일 56%에서 의사록 공개 이후 68%로 높아졌다. 반면 5월 회의에서 0.75~1%로 추가 인상할 확률은 47%로 절반에 가까워 상대적으로 높았다. 금리인상의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인 미국 물가상승률이 얼마나 빠르게 오를지도 미지수다. BNK투자증권의 이하연 연구원은 “미국 물가상승 요인은 지난해 급락했던 에너지 가격이 회복한 영향이 큰데 유가상승은 제한적”이라며 “물가상승률이 2% 전후로 유지된다면 서둘러 긴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경계가 누그러지자 달러당 원화값은 올랐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137.3원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으로 유지해 8개월째 동결했다. 트럼프노믹스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분위기, 탄핵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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